
■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저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글을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면 우울감이 해소된다고 해서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힘든 일이 있거나 친구들과 문제가 있을 때마다 일기를 써왔습니다.
최근에는 SNS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히 자랑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팔로어 수 등에 예민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혼자만 볼 수 있는 형태에서 바꿔본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최근 몇 달 전부터는 예전과 달리 글을 쓰고 나면 오히려 더 신경이 쓰이고 저를 공격하는 댓글이 없는데도 쓰고 난 뒤 기분이 더 나빠집니다. 제가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서 속상합니다.
A : SNS 대신 ‘감사 일기’ 로… 쓰는 방식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 솔루션
글쓰기는 예전부터 훌륭한 치유의 수단으로 알려져 왔으며 ‘쓰기 치료’라는 심리치료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글쓰기의 심리적 치유 효과는 강력합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적용할 순 없으며 어떤 사람들은 글쓰기 자체에 부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만약에 예전에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다가 최근 갑자기 좋아지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는데요. 먼저 내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이 좀 더 심해져서 글쓰기로만은 되지 않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즉 예전엔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받아들여지고 내게 도움이 됐지만 우울증이 심하면 선택적으로 좋은 얘기를 해도 그것을 내가 흡수하고 이해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긍정적인 정보와 부정적인 정보 두 가지 전부 있을 때 부정적인 정보에 대해서만 기억에 남는 것이 우울증이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공간을 바꿔야 할 때가 왔을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 일기를 혼자 쓰다가 상호작용을 위해서 SNS로 바꾸셨다고 하셨죠. 그 형태가 현재 상황과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고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냉정한 얘기를 듣고 싶다면 익명의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고요. 주변 사람들과 만날 시간이 부족해 글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지인들과의 공간이 더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내가 글을 왜 쓰는지 생각해 보고 쓰는 행위 자체가 좋은 것인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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