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올 서울 집값·전셋값 급등 불안
국토장관 “일시적 상승” 화 키워
3기 신도시 공급도 줄줄이 차질

국토부 신뢰 추락, 능력도 의문
‘文 정부 닮아 간다’ 뼈아픈 지적
내달 대책까지 맹탕 땐 진짜 위기


부동산 시장이 아슬아슬하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전셋값의 지속적인 상승이 심상치 않다. 서초구에선 신고가 아파트가 속속 나오고, 강남구·송파구·용산구 등 인기 지역도 상승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불안 요인이 즐비하다. 고가의 이른바 ‘똘똘한 집 한 채’를 가지려는 현상이 청년 세대에까지 확산하는 기류다. 윤석열 정부도 뒤늦게나마 시장 안정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18일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재가동한 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범부처 실무 TF 1차 회의를 열었다. 핵심인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다음달에 대책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그동안의 대응을 보면 과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미덥지 않다. 당장 가장 최근인 지난 18일 장관회의에서 제시한 대책만 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눈앞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게 문제인데, 5년 뒤인 2029년까지 23만6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한다. 특히, 이 중 7만700가구를 차지하는 3기 신도시의 올해 청약분은 고작 1100가구(인천 계양)다. 문제가 뭔지 알기는 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되레 키운다. 올 하반기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택지를 공급하겠다는 대책 역시 공허하기만 하다. 택지 지정 등을 거쳐 입주까지 통상 10년 정도 걸린다. 비상이라고 하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우려되는 정황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믿을 건 3기 신도시인데 이미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실시하는 택지 매각 입찰이 건설업체들의 기피로 유찰되거나, 매입하기로 했다가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2023년엔 하남 교산·고양 창릉, 올해엔 남양주 왕숙·의왕 청계2 등이다. 특히 하남시는 옛 한성백제시대의 중심지여서, 이곳 교산지구는 문화재 조사 등으로 택지 조성조차 여태 지연되고 있다. 앞서 2021년 문화재청 조사에선 전체 부지의 56%에 대해 발굴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고양 창릉 등은 보상 지연 등으로 일정이 크게 지체됐다. 이런데도 국토교통부가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18년 발표했던 계획을 수정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이러니 부실 대책·급조 대책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이런 와중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의 빗나간 현실 인식은 가관이다. 서울 집값은 이미 18주 연속 올랐고, 전셋값은 1년 넘게 무려 62주 연속 올라 국민은 속이 타는 상황에서, ‘일시적 상승세’라고 호도하고,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헛말을 해왔다. 문 정부 때 서울 집값이 3년 동안 11% 올랐다는 허튼소리로 지탄받았던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을 연상시킨다. 국토부는 문 정부 때 공급 부족도 모자라, 집값 통계까지 왜곡했던 흑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국토부가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었는데도 현실과 너무 먼 헛소리를 반복하면서 국민을 우롱하니 어이가 없다. 과연 정책 능력이 있기나 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 실기 여파가 너무 크다. 윤 정부가 문 정부 때 급등했던 집값을 하향 안정시키기 위해 연착륙에 나선 것은 적절했다. 어느 정도 효과도 있었다.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부담을 낮춘 것도 옳은 방향이다. 문제는 연착륙 기간에 국민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주택 공급 확대 계획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골든 타임을 놓쳐 집값 상승의 불씨를 되살리고 말았다. 문 정부가 키운 부동산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폭탄이 여전하고,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미분양 사태로 중견 건설업체들조차 줄도산하는 판이다. 고물가·고금리로 공사비 급등까지 가세했다. 정부는 사면초가 꼴이다.

지금 필요한 대책은 첫째도 둘째·셋째도 공급 확대뿐이다. 정부가 내달 보완대책을 낸다고 하지만, 이마저 알맹이가 없으면 큰 탈이 날 게 분명하다. 문 정부는 부동산 문제가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 탓이라고 핵심을 외면한 채 헛말을 반복하다가 임기 말까지 허둥지둥하며 27회나 대책을 냈지만, 결국 실패했다. 문 정부를 딛고 출범한 윤 정부가 기괴하게도 다름 아닌 부동산에서 실패한 전 정부를 닮아간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범정부 차원에서 비상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문 정부의 전철을 따라가서야 되겠는가.

문희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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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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