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전국부 차장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7일 의미 있는 협약을 하나 체결했다. 오 시장은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을 대동하고 충남도청으로 찾아가 김 지사, 김동일 보령시장, 김병근 충청남도개발공사 사장과 ‘서울-지방 상생형 주거정책 모델 골드시티’ 업무협약을 맺었다. 초고령사회와 인구소멸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과 지방이 손을 잡은 것이다.

골드시티는 고령 은퇴자 등 서울시민에게 기반시설을 갖춘 지방주택을 제공하고, 이들의 서울 집은 SH공사가 매입 또는 임대해 청년 또는 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하는 ‘상생형 순환도시’ 조성 정책이다. 충남 골드시티 사업지로는 보령시가 선정됐다. 보령 내에서 자연환경과 교통 여건, 의료기관 등을 고려해 최적입지를 골라 약 3000가구 규모 골드시티를 건설할 예정이다.

서울시와 충남도는 골드시티가 지방소멸 극복 해법으로써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의 높은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노년층이 골드시티로 이주한다면, 인구 유입을 계기로 지방이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령시는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 지역이다. 행안부 데이터를 보면, 지난달 기준 보령시 인구는 9만4655명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노년층이 이사하고 남은 집을 임대주택 등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다음 날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철규 국회의원과 강원도, 삼척시 공동 주최로 ‘지방소멸 대응 골드시티 정책포럼’이 열렸다. 지난달 기준 주민등록 인구가 6만2354명에 불과한 삼척시는 보령시보다도 먼저 골드시티 협약을 맺었던 곳이다. 지난해 11월 8일 오 시장과 김진태 강원지사가 삼척시, 강원개발공사, SH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2700가구 규모 골드시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척시의 경우 골드시티 대상지의 교통여건 개선, 구역 지정, 의료시설 도입 등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진행됐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지역 상생형 주택 정책을 지속 개발할 방침이다.

지역소멸 위기를 서울과 지방의 주택 순환으로 풀어보겠다는 구상은 적어도 기존의 ‘균형발전’ 정책들보다는 현실적 대안으로 보인다. 직원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시킨 정책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구직 청년들의 지방 기피 현상 속에 기업의 지방 이전을 기대하기도 무리다. 골드시티는 청년들의 지방 탈출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정책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골드시티도 마냥 성공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재원 확보와 함께 지방 이주자를 위한 지원책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노년층이 서울 집을 굳이 SH공사에 팔거나 임차하게 하려면, 개인 간 거래와 비슷한 수준의 가격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이들을 골드시티로 이주시키려면 저렴한 관리비에 다양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고, 괜찮은 병원까지 갖춘 실버타운을 조성해 입주를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손오성 SH도시연구원장은 포럼에서 “지역의 생산인구 유출로 인한 소멸 위기와 서울의 경쟁 심화로 인한 주택문제는 맞닿아 있다”며 “골드시티가 성과를 내려면 인구 변화를 고려한 실천적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전국부 차장
김성훈 전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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