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대통령까지 나서서 엄정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은 “실수요는 괜찮으나 과거에도 투기적 수요가 붙으면 집값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지적하면서 투기를 엄단 하라는 지시를 덧붙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집값 상승을 투기적 수요 때문이라고 지적하는데, 이런 문제 인식은 잘못됐다. 투기 또는 투기적 수요가 뭔지는 아무도 제대로 정의하지 못할뿐더러 지난 7개월 동안 5% 안팎 오른 것을 투기라고 보기도 어렵다. 애먼 국민의 투기 수요 때문에 아파트 가격이 올랐다고 핑계 대는 것같이 들리기만 한다. 게다가 지난 수년간 여태껏 공급 대책이 없어서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게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 사람들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안개같이 애매한 전가의 보도, 즉 대대적이면서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주택 공급 대책을 통해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당국의 발표를 보면, 허탈하다 못해 과거 정부의 기시감마저 떨쳐 버릴 수가 없다.

가격이 급등한 것은 일부 지역, 구체적으로는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이다. 이들 대부분은 투기가 아니라 실수요다. 서울·수도권 실거래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해 들어 7개월 연속 올라(전기 대비), 이 기간 실거래가격 상승률은 각각 서울 5%와 수도권 3% 내외로 추산된다. 아파트 전셋값의 급등세도 서울과 수도권이 주도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7개월 동안 약 4% 오른 것으로 나타난다. 단독과 연립주택 가격은 서울·수도권이나 지방을 막론하고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리고 있고, 특히 지방 아파트 가격은 최근까지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뭘까?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았다. 서울·수도권 아파트 공급 계획이 철회되거나 취소되거나 해서 공급 불안 심리를 부추긴 것도 아니다. 공급 요인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간 것도 아니다. 기준금리는 2023년 2월부터 지금까지 18개월 동안 3.5%에 동결됐다. 문제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다. 신규 취급 기준 가계대출 금리는 2023년 11월 말 5.04%에서 지난 5월 말 4.49%로 0.5%p 떨어졌고,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같은 기간 4.48%에서 3.91%로 약 0.5%p 낮아졌다. 0.5%p, 즉 10% 정도 금리가 낮아지면서 아파트 구매 수요를 촉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만 0.5%p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 하락보다도 더 아파트 가격을 자극한 것은 정부의 아파트 매입 부추김 정책이다. 기왕에 있던 디딤돌·버팀목 대출을 확대·강화한 데다가, 신생아특례대출 등 새로운 저금리 정책대출자금이 연간 30조 원에서 40조 원가량 폭발적으로 공급되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 것이다. 게다가 애초 지난 6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2단계(스트레스 DSR)를 두 달 연기하면서 구매 심리를 다급하게 만들기도 했다. 6월과 7월 중 매월 5조 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것도 이런 정부 조치와 절대 무관치 않다. 정부가 아파트 구매를 ‘독려’해 놓고선 인제 와서 투기 탓으로 몰면 얼마나 황당하고 억울한가. 정책자금만 정상화해도 문제는 해결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