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obal Focus - 구소련 국가들 ‘엇갈린 행보’
발트 3국, 2004년부터 나토가입
러 침공 대비 4500개 벙커 추진
우크라, 조지아 이어 3년째 전쟁
스탄 3국, 러 주도 안보기구 가입
군사·경제·정치적 결속 가속화
벨라루스는 러 전술핵무기 도입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원으로 운명을 함께했던 구소련 국가들이 1991년 소련 해체 후 엇갈린 길을 걷고 있다. 러시아의 압박을 최전선에서 받고 있는 동유럽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2004년 동시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한 뒤 강경한 반러시아 행보를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와 조지아는 나토 가입을 시도하다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다. 반면 동유럽의 벨라루스와 코카서스 지역의 아르메니아,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은 소련권 안보협의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가입하는 등 러시아와 군사적 협력을 강화 중이다.
◇강경한 반러 전선의 선두에 선 발트 3국 = 1940년대 소련에 점령됐다가 소련 해체 후 독립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은 2004년 나토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발트 3국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자동차로 8시간 거리일 정도로 러시아와 인접해 있는 만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그대로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3국은 소련 해체 이후 50여 년 만에 되찾은 주권을 러시아에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나토뿐 아니라 유럽연합(EU)에도 가입하는 등 정치·안보·경제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친서방 행보를 보여 왔다. 이들은 또 최근 러시아·벨라루스와 맞닿은 국경에 4500여 개의 요새화된 소형 벙커를 지을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과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가 독일의 침공을 막기 위해 구축했던 마지노선처럼 러시아의 잠재적 위협에 대비한 합동 ‘발트 방어선’ 구축에 나선 것이다.
발트 3국 중에서 에스토니아는 가장 작은 면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가장 강력한 반러시아 성향을 보인다. 특히 에스토니아의 첫 여성 지도자인 카야 칼라스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며 러시아를 강력하게 비판해 왔다. 칼라스 총리가 이끄는 에스토니아는 실제로도 우크라이나에 2024년 초까지 5억 유로에 달하는 군사적 지원을 했다. 이는 에스토니아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하는 금액으로, 에스토니아의 국민 1인당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에 러시아는 지난 2월 칼라스 총리를 외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지명수배 명단에 올리기도 했다.
◇러시아와 전쟁 벌인 조지아와 우크라이나 =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또 다른 구소련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역시 러시아의 안보 위협에 발트 3국과 같이 친서방 정책을 펼치며 나토 가입을 시도하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의 침략까지 당해야 했다.
소련이 해체된 해인 1991년 국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한 조지아는 자국 영토에 편입돼 있던 친러시아계 미승인 자치국인 남오세티야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 왔다. 이후 줄곧 친서방 행보를 보이던 조지아가 2008년 4월 우크라이나와 함께 나토 가입을 약속받자 러시아와의 관계뿐 아니라 남오세티야와의 관계도 급격히 악화하기 시작했다. 결국 같은 해 8월 러시아의 지원을 받던 남오세티야가 조지아를 폭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조지아가 남오세티야 ‘수복’을 명분으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던 2008년 8월 8일 남오세티야로 진군했고, 러시아군도 국경을 넘어 남오세티야로 진입하면서 조지아와 러시아 간의 전면전이 발발했다. 전쟁은 단 4일 만에 러시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고, 확전을 우려한 나토 회원국들의 우려로 조지아의 나토 가입도 무산됐다.
2013년 11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유로마이단 혁명’을 일으킨 우크라이나 국민이 당시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를 세우자 이에 반발한 크름반도의 러시아계 주민들은 친러시아 시위를 벌였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영토이던 크름반도의 러시아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크름반도를 무력 점거했다. 당시 러시아 외교부는 나토를 겨냥해 “우크라이나의 중립적 지위를 보장하라”고 경고하는 등 크름반도 합병의 구조적 원인이 나토의 세력 확장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크름반도 합병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지속되자 러시아는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본토를 침공했다.
◇군사동맹 강화하는 아르메니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 = 반면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를 구심점으로 삼아 러시아와 군사적·경제적·정치적 협력을 강화해 온 국가들도 있다. 소련 해체 직전인 1991년 12월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은 러시아가 이끄는 구소련 국가들의 연합체인 독립국가연합(CIS)에 가입하는 등 러시아 중심의 정치적·경제적 질서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후 이들 국가는 2002년 CSTO에도 가입하며 러시아와의 군사협력도 강화했다.
이들 국가 중에서도 러시아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는 벨라루스다. 소련 해체 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통합을 위한 연합국가(Union State) 창설을 논의해 1999년 벨라루스-러시아 연합 조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조약은 거시경제, 조세·관세 정책, 금융 시장, 무역 협력, 소비자 보호, 통합 에너지 시장, 원자력 시설 운영 등 11가지 부문에 관한 협력 방안을 담고 있다. 이후에도 벨라루스와 러시아는 군사적 협력을 더욱 강화했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영토를 가로질러 키이우로 침공할 수 있는 길을 내주기도 했다. 러시아는 또 지난해 6월부터 벨라루스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해 나토를 압박하고 있기도 하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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