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지사 재직 때 방북 비용 및 경기도의 대북사업 비용을 쌍방울그룹이 대납하게 한 등의 혐의로 징역 9년6월이 선고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월 총선 후 구치소에 면회 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여러분도 누군가 대속을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7월 26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이화영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찰이 구치소 접견 녹취록을 공개했다.
대속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으로써 인류가 죄 사함을 받고 구원받았다는 기독교 용어다. 구치소 수감자와 면회객의 대화는 자동 녹취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이화영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대화록을 좀 더 보면 속셈을 짐작할 수 있다. 이화영은 “이재명 대표를 만나면 안부를 전해 달라” “(자신의 변호인인) 김광민 변호사가 활동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도 했는데, 앞의 ‘대속’ 발언과 연결해 보면 이 전 대표에게 협박과 SOS 요청을 섞어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을 대신해 죄를 덮어씀으로써 민주당 총선 압승에 일조했으니 은혜를 갚으라는 것으로 읽히는데, 특히 변호사비 지원을 언급한 것으로 들리는 발언에 눈이 간다.
이화영은 부인 백모 씨를 접견했을 때도 “이재명 대표를 한 번 만나 달라”고 부탁했는데, 백 씨는 “내가? 싫어”라고 단호히 거절했다. 이에 이화영은 “왜, 왜, 왜? 이재명 뭐 만나기 어려운가?”라고 했고, 백 씨는 “난리 칠 것 아니냐?”라고 맞섰다. ‘남편 구명용(用) 이재명 면담’이 가져올 비난 여론을 우려한 것이다. 이에 이화영은 “아니, 비공개적으로”라고 했다.
이화영의 대속 발언은 절반만 맞다. 그는 지난해 6월 “방북 비용 등 800만 달러의 쌍방울 대납을 당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보고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가 번복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인 듯 “수원지검 청사 내에서 진술 회유 술자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장소와 시간이 계속 바뀌고, 심지어 음주 여부까지 오락가락하는 등 많이 허술했지만, 이재명을 끌어들이지 않은 것은 대속을 주장할 만해 보인다. 하지만 이화영 형량의 대부분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닌 쌍방울에서 받은 뇌물(징역 8년)과 정치자금법 위반(징역 1년6월)에서 비롯됐다. 자신이 저지른 죄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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