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너무 많으면 없음과 같고 시간 오래 걸리면 체감도 못해 정책 기대 효과 나타날지 의문
저출산이 최근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해 0.72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인 1.51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정도이니 현재 5100만 명 수준인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 것이다. 최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50년 후에 합계출산율이 1.08명으로 반등해도 인구는 3622만 명으로 줄어든다. 만일 합계출산율이 0.6명대에 계속 머문다면 50년 후 인구는 반 토막 날 수도 있다.
국가가 소멸될 수 있다는 극단적인 염려는 차치하더라도 인구 감소는 삶의 질, 사회보장제도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기술 진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해서 삶의 질이 지속적으로 나빠질 수 있다. 연금과 같은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려고 해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매우 어려운 지극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구가 감소한다면 이와는 차원이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중첩세대 모형은 사회보장제도를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는 핵심 이론의 하나다. 일을 마친 은퇴 세대와 일하는 젊은 세대가 같은 시대를 사는데 젊은 세대의 인구가 은퇴 세대의 인구보다 많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는 없으며 인구가 줄어들면 대부분의 사회안전망은 붕괴된다는 것을 시사한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서, 저출산 위기의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의지를 구체화했다. 크게는,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 3대 분야의 60여 가지 대책이 제시됐다. 과거의 모둠식 나열에서 벗어나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점에서 정책 집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혼인과 출산에 관한 의사결정의 경계선에 있는 한계 계층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효과를 갖겠지만, 저출산의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한 만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떠한 것이든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의 개혁이 저출산 추세 반전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동안 구조적인 문제가 크다고 인식된 경쟁적 교육 환경,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과도한 주거비 부담, 수도권 인구 집중 등은 모두 저출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의 구조개혁은 지극히 어려운 데 반해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조개혁을 한들 저출산 문제 해결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구조개혁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들은 우리 사회의 난제 중의 난제이다. 사회적인 합의가 극히 어려우며, 지난 반세기 이상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매우 미진한 분야이기도 하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함을 추가해도 구조개혁의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저출산과의 인과관계가 낮아서 정책 효과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2000년에 1.48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2015년에 1.24명, 2023년에는 0.72명으로 하락했다. 합계출산율이 급락한 것은 주로 최근 10년 사이의 일이다. 반면에 구조개혁의 대상들은 최근 10년 사이에 특별히 악화한 것이 아니다. 수도권 인구비율만 해도 2000년의 46.3%에서 2023년의 50.6%로 지난 수십 년간 완만한 상승을 보였을 뿐이지 최근 10년 사이에 특별히 급증한 것은 아니다. 합계출산율 급락과 상관관계가 낮으니 정책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낮을 수밖에 없다.
저출산의 원인과 가능한 대책들은 모두 알고 있다. 대책이 너무 많으면 없는 것과 같고, 효과가 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아무도 실감할 수 없으면 효과가 없는 것과 같다. 이번에 발표한 60여 가지 대책 중 예를 들어 5가지 대책에 향후 10년간 얼마를 투입하면 합계출산율이 얼마가 될 수 있는지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