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맛을 평가할 때 혀로 느껴지는 짠맛, 단맛, 쓴맛, 신맛을 언급한다. 여기에 다섯 번째 맛이라는 감칠맛과 피부의 통각으로 느끼는 매운맛이 더해진다.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아주 많은 사람이 ‘식감(食感)’을 언급한다. 한자의 뜻만 좇으면 ‘먹는 느낌’이지만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번역은 ‘씹는 맛’이다. 식감과 씹는 맛은 서로 겹치는 뜻도 있지만 미묘하게 다른 느낌을 나타내기도 한다.

동물의 입은 항문 반대쪽에 있는 입구 이상의 복잡미묘한 기관으로서 먹을 때 입술, 이, 혀, 목구멍이 복합적인 작용을 한다. 입에 들어온 음식을 입술로 가두고는 이로 찢고 간다. 혀는 음식이 잘 갈리고 씹히도록 골고루 뒤집다가 목으로 꿀떡 넘어가게 한다. 이 모든 것이 씹는 맛이고 그것을 한자어로는 식감이라 표현한다. ‘질기다, 딱딱하다, 퍽퍽하다’와 ‘연하다, 부드럽다, 촉촉하다’가 서로 대립하면서 이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해 준다.

음식의 재료는 저마다의 물성이 있으니 씹는 맛은 다르게 마련이다. 이 물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요리이니 식감을 지배하는 것은 요리사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통사람들의 식감은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 특히 같은 회를 두고 어떤 이들은 쫄깃하게 씹는 맛이 좋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좋다고 한다. 결국 부정확한 감각에 따른 취향의 문제일 뿐.

사람의 일생은 씹지 않아도 될 젖으로 시작했다가 늙고 병들면 씹지 못해 먹는 죽이나 미음으로 끝난다. 그렇다면 씹는 맛이나 식감은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재료가 좋고 싱싱하면 씹는 맛이 살아 있다. 조리하는 과정에서 정성이 들어가면 식감은 덤으로 따라온다. 남은 것은 입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것. 음식을 준비하는 이의 정성에 감사하는 마음이 씹는 맛과 식감을 더해 준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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