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이 여섯달쨰 이어지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의정갈등이 여섯달쨰 이어지는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들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연달아 말을 바꾸는 등 원칙을 번복하면서 전공의들에게 ‘버티면 다 들어준다’란 잘못된 낙관론을 심어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병원을 불법이탈한 전공의들을 상대로 기계적인 법 집행을 단언했지만 의료파행 사태가 길어지자 지난달 8일 행정처분 철회를 통해 전공의들 요구 조건을 대부분 받아줬다.

2일 익명을 요구한 A 시도의사회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공의들은 내년 3월 복귀 제한도 풀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 시도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이 돌아올 것이었으면 진작에 돌아왔을 것"이라며 "내년 3월까지 갈 것도 없이 (정부가) 모든 편법을 써서 전공의들을 원상복귀 시키는 게 제일 좋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기류는 보건복지부가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하면서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마감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응시율이 1.3%에 불과하자 하반기 추가 모집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더라도 추가 모집은 없다는 정부 입장을 이틀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철회, 수련 특례 등에 대한 기존 방침도 모두 번복했다.

의료계는 ‘내년 3월 복귀 제한’도 하반기 추가 모집이 저조하면 결국 정부가 풀어줄 것이라 여기고 있다. 복지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시하지 않으면 2025년 3월 복귀가 불가능하고 2025년 9월에 복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지 않은 전공의들이 2025년 상반기 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엔 정부의 유화책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항상 백기를 들면서 의사들에게 ‘투쟁하면 모두 바꿀 수 있다’란 믿음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과거 한의대가 9월에 정원이 바뀐 적이 있다고 들어서 의사들이 희망을 놓지 못하고 계속 (2025년도 증원 재검토를) 말하는 듯하다"고 했다.

대다수 수련병원들은 예상했다는 분위기다. 윤을식 수련병원협의회장은 "하반기 추가 모집 진행 후 경과를 지켜보고 수련병원협의회 차원에서 간담회를 개최하고 대응방향을 모색할 것이다"고 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정부가 얘기한 전문의 중심 병원이 돼야지만 운영이 가능하다"며 "추가 모집에 전공의들이 많이 지원할지 의문이지만 일단 추가 모집 결과를 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이다"고 말했다.

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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