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성성 가진 복서 女 66㎏급서 압도적 승리… IOC “문제없어”
칼리프에 46초만에 진 카리니
악수도 거부한 채 눈물 흘려
“나는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
“안전보장 안돼”“잔혹한 불의”
경기 놓고 세계 곳곳서 분노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
안젤라 카리니(이탈리아)는 1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이마네 칼리프(알제리)와 2024 파리올림픽 복싱 여자 66㎏급 16강전에서 기권한 후 이같이 말했다. 카리니는 경기 시작 30여 초 만에 칼리프의 오른손 스트레이트에 얼굴을 맞은 후 코너로 복귀해 헤드기어를 고쳐 썼다. 링으로 돌아간 카리니는 또 펀치를 허용한 뒤 눈물을 흘리며 경기를 포기했다. 경기 종료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46초. 카리니는 칼리프와 악수를 거부했다.
카리니를 펀치 두 번에 무너뜨린 칼리프는 논란의 선수다. 칼리프와 린위팅(대만)은 지난해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실격당했다. 당시 국제복싱협회(IBA)는 칼리프와 린위팅이 통상 남성이 보유한 ‘XY 염색체’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XY 염색체를 가진 둘의 여자경기 출전을 허락할 수 없다는 뜻. 그런데 IBA는 판정 비리와 내부 부패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파리올림픽 관장 권한을 빼앗겼고, 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칼리프와 린위팅의 출전을 허용했다.
카리니는 “조국을 위해 항상 충성을 다했다. 이번에는 더는 싸울 수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포기했다. 코에 강한 통증을 느껴서 더 뛸 수가 없었다”며 “일생일대의 승부가 될 수도 있었지만 그 순간 나는 내 목숨을 지켜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난 두려움이 없고, 링도 두렵지 않다. 맞는 것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모든 일엔 끝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경기를 계속할 수 없었기에 끝내야 했다”고 덧붙였다.
칼리프와 카리니의 대결을 앞두고 세계 곳곳에선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스포츠 최고 무대인 올림픽에서 선수 안전은 물론이며 공정한 경쟁에 대한 존중이 보장돼야 한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남성의 유전적 특성을 가진 선수가 여성 대회에 출전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해리포터의 작가 J K 롤링(영국)은 “당신들(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은 수치스러운 존재이고 ‘보호’는 농담일 뿐이며 파리올림픽은 카리니에게 가해진 잔혹한 불의로 영원히 더럽혀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복싱대표팀의 명예코치 제이크 폴(미국)은 카리니와 칼리프의 경기 직후 분노했다. 그는 SNS에 “역겹다”며 “이건 희극이다. 무엇을 믿든지 상관이 없지만 이건 잘못된 것이고 위험한 것이다”고 비난했다. 프로복서인 폴은 구독자 2070만 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유명 종합격투기 선수들과 복싱 대결에서 승리하며 눈길을 끈 폴은 오는 11월엔 복싱 레전드 마이크 타이슨(미국)과 경기한다.
전 세계에서 칼리프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IOC와 알제리올림픽위원회는 칼리프의 자격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IOC는 “파리올림픽 여성부에서 경쟁하는 모든 선수가 출전 자격 규칙을 준수하고 있다”며 “여권엔 그들이 여성이라고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알제리올림픽위원회는 “특정 외신의 근거 없는 선전이 칼리프를 비윤리적으로 표적화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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