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난민 출신 곡예사에서 2024 파리올림픽 ‘난민 역도 선수’로 거듭난 모라 로메로(26·사진)의 사연이 주목받고 있다. 로메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난민 올림픽팀 소속으로 오는 10일(한국시간)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 역도 남자 102㎏급에 출전한다.
로메로는 14세에 쿠바의 한 동네 체육관에서 역도를 시작해 17세에 쿠바 국가대표팀에 들어갔다. 그러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로메로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2019년, 21세의 나이에 영국으로 떠났다. 영국 블랙풀 지역의 한 서커스단에서 공중그네를 타는 곡예사로 일하던 그는 2021년 쿠바를 방문했을 때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참여하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영국으로 망명했다.
영국으로 돌아와 계속 서커스단에 있던 로메로는 “역도를 시작해 보라”는 친구의 권유로 다시 역기를 잡았다. 그의 실력을 알아본 한 영국인 코치로부터 런던 역도 아카데미에 들어오라는 추천을 받고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
2022년부터 영국 내에서 열리는 역도 경기에 출전할 자격을 얻은 로메로는 2022년 89㎏급, 2023년 96㎏급에서 영국선수권 우승을 차지한 실력파 선수다. IOC로부터 국제대회 출전을 위한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로메로는 “영국의 지원을 받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아직 훈련을 받은 지 2년밖에 되지 않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8년 LA올림픽에도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IOC 난민 올림픽팀에는 로메로 포함, 선수 37명이 속해 있다. 전 세계 1억 명 이상의 난민을 대표하는 이들은 파리에서 육상, 배드민턴 등 12개 종목에 출전한다. 로메로가 뛰는 10일 경기에는 한국의 장연학(아산시청)도 참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