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나로커피 대표가 2개월 이내에 수확한 신선한 국내산 커피 생두로 로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   나로커피 제공
이운재 나로커피 대표가 2개월 이내에 수확한 신선한 국내산 커피 생두로 로스팅 작업을 하고 있다. 나로커피 제공


■ 글로벌 스페셜티 시장 노리는 이운재 고흥 나로커피 대표

취미로 커피 재배하다 입문
첫 무산소 발효법 개발 적용
연매출 3억에 단골 8000명
바리스타·조향사 교육 등도


고흥=김대우 기자 ksh430@munhwa.com

“국내에서 유통하는 커피는 생두를 수입해 소비자가 맛을 볼 때까지 최소 6개월에서 8개월 이상 걸린 커피입니다. 쌀로 비교하면 묵은쌀을 먹는 셈이지요. 수년 안에 맛과 향이 뛰어난 국내산 최고급 K-커피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날이 올 겁니다.”

국내에서 아열대작물인 커피가 재배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랄 만한 소식이 아니다. 약 10년 전부터 전남(26농가)을 비롯해 전국 44농가에서 커피를 성공적으로 재배 중이다. 다품종 소량 고품질 커피로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유명 커피 체인점들과 경쟁하는 농가도 있다. 국내에선 일조량이 풍부한 전남 고흥이 제1의 커피 주산지다. 국내 커피 재배 농가 30%(13농가)가 고흥에 터를 잡았다.

지난달 29일 고흥군 도양읍 ‘나로커피 220’에서 만난 이운재(62) 농업회사법인 나로커피 대표는 국내 커피 재배 선두 주자다. 지난 2015년 은퇴하고 케냐 커피연구소에서 얻어온 씨앗을 파종해 취미로 재배한 것이 지금의 나로커피를 일궈냈다. 이 대표는 우주센터가 있는 고흥군 봉래면 약 3300㎡(1000평) 규모의 시설하우스(커피나무 700그루)에서 커피열매 1.2t(원두 기준 240∼360kg)을 생산·가공해 연간 3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도양읍·고흥읍 2곳에는 자체 브랜드 나로커피220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나로커피는 국내 최초로 개발한 무산소 발효공법을 적용해 다른 커피보다 산미와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 숫자인 220은 수확한 지 2개월 이내에 가공한 신선한 원두를 사용하며 커피나무 한 그루에서 20잔만 생산한다는 엄격한 품질관리 철학을 담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나로커피의 독특한 향과 맛에 반해 매장을 찾는 고정 단골이 8000명에 달한다. 나로커피는 커피 재배·가공·유통을 넘어 국제바리스타 교육 및 커피 조향사를 육성하는 커피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커피 추출·로스팅 체험교육도 진행해 커피 전문 농촌 융·복합 6차산업 인증을 받았다. 나로커피의 최종 목표는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리는 파나마 게이샤에 버금가는 고품질 커피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남농업기술원, 전남대연구팀과 공동으로 국내형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 커피 추출물을 활용한 기능성 가공제품 생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커피는 똑같은 품종이라도 생산 방법과 발효 공정에 따라 맛과 향이 모두 다르다”며 “국내산 커피도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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