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5년째 내한… 日 뉴에이지 음악가 유키 구라모토
이달 이어 9·12월에도 공연
“韓 관객들 좋은 귀 가진 듯
음악 ‘제대로’ 만들려 노력”
“인상 깊은 음악가는 조수미
잘못적은 고음까지 불러 감탄”
가수 신승훈과는 절친 사이
“처음 한국에서 공연했을 땐 관객들이 대부분 20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 손잡고 온 40∼50대가 많이 보여요.”
일본의 뉴에이지 음악가이자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73)는 1999년 첫 내한 이후 25년간 매해 한국 관객을 찾았다. 코로나19조차 그의 내한을 막진 못했다. 어쩌면 자국보다 한국인이 ‘더’ 좋아하는 이 피아니스트는 쌓인 시간만큼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한국 관객들이 ‘좋은 귀’를 가진 덕분”이라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구라모토는 올해만 한국을 네 번 찾는다. 5∼6월 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시작으로 2∼3일엔 지방 관객들을 만났고, 9월엔 크레디아 파크 콘서트, 그리고 12월엔 크리스마스 공연 ‘유키 구라모토와 친구들’을 연다.
왜 이렇게 자주 오는 걸까. 한국이 좋은 이유를 물으니 “어떻게 한국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구라모토는 내한 공연에서 한국말로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터뷰 도중 한글로 쓴 자필 메모를 보여주며 “한국 친구들이 첨삭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수준의 글씨로 함께했던 연주자 이름과 곡 소개가 A4용지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내한 공연을 자주 한 만큼 호흡을 맞춘 한국인 음악가들이 많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는 음반 작업을 같이했고, 올해 파크 콘서트에선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와 무대에 선다. 가수 신승훈과는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만날 정도로 절친한 사이다. 구라모토는 가장 인상 깊었던 한국 음악가로 소프라노 조수미를 꼽았다. “조수미 님에게 악보에 음을 잘못 적어드렸어요. 너무 높은 음이었는데, 수미 님이 그 음에 맞춰 불러서 너무 놀랐습니다.”
구라모토는 소위 아름다운 멜로디의 ‘편안한’ 피아노 음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OST로도 익숙한 ‘로망스’(Romance)를 비롯해 ‘레이크 루이즈’(Lake Louise) 등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는 국내 팬들에게 그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 역시 자신의 음악을 설명할 때 ‘편안함’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러나 자신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편성이 필요한 음악을 여럿 들려주며 “그런 음악만 만드는 건 아니다”라고 손사래 쳤다.
“내 음악은 ‘틈새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클래식, 팝, 재즈 그 주변 언저리에 있는 음악”이라고 운을 뗀 그는 “워낙 듣기 편한 피아노곡으로 사랑받다 보니 ‘복잡한 작품을 만들 순 없을 거야. 오케스트라 편곡은 다른 사람이 대신 써주겠지’라는 사람이 많지만, 피아노 외 여러 장르의 곡을 정말 많이 작업했다”고 강조했다.
“유키 구라모토란 브랜드가 있다면 ‘편안한’ 음악이고, 그 점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쉽게 가는 건 아니에요. ‘제대로’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구라모토는 도쿄공업대 응용물리학 석사 출신이다. 그는 “집안이 어려워 음악대학엔 갈 생각조차 못했다”고 운을 뗐다. “대학에 들어간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라운지바, 재즈 클럽 등에서 반주를 시작했다”는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음악가로 데뷔한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유복했다고 해도 클래식을 했을 것 같진 않아요. 대학 입학 후 도쿄에 상경했을 때, 처음으로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나도 음악할 수 있구나’란 그때 깨달음으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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