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에선 2018년 ARS 제도를 도입한 후 지난해 6월까지 22개 기업이 절차에 돌입해 10곳이 자율조정 합의에 성공했다. 이 중 한 곳이 의류 매장 ‘트위’를 운영하는 유통업체 티엔제이다. 티엔제이는 해외 사업을 확장하던 중 투자자 사이에서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2019년 7월 ARS를 신청했다. 이후 주요 투자자인 산업은행·기업은행 등과의 협의 과정에서 국내 사업의 수익성은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자율 조정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전문건설업체 A사도 지난해 말 ARS 프로그램을 활용해 회생절차를 피했다. A사의 채무는 금융채권과 상거래 채권(거래업체 등에 진 빚)이 절반씩 차지하는 구조였다. ARS 절차에 돌입하자 주채권 은행인 기업은행이 자체적인 ‘신속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원금 상환을 유예하고 이자율도 내려주기로 했다. A사는 이 기간 원금 일부를 신속히 변제하는 데 합의했다. 이후 A사는 주로 거래업체로 이뤄진 상거래 채권자들과 개별적으로 조정을 시도해 채권자 26명 중 24명과 협의에 성공했다.
이처럼 ARS 절차를 통해 정상화를 도모한 기업들은 대체로 주요 채권자가 은행 등 금융기관이었다. 금융기관은 자체적인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갖춘 경우가 많고 금융 채권자들이 합심해 기업구조조정(워크아웃)을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티메프의 경우 금융채권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고 전체 채권자가 11만 명에 달해 자율적인 협의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무법인 대율의 안창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ARS 프로그램은 금융기관이 주도할 때 성공 가능성이 큰데 티메프는 채권자가 판매자, 일반 소비자, 결제대행사 등으로 다양하다"며 "금융 채권이 아무리 조정돼도 나머지 상거래 채권자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원회생법원 회생위원을 지낸 강지훈 변호사는 "채권자가 11만 명이면 일일이 연락하는 것부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티메프로선 ARS 기간 회생절차 개시가 보류된 틈을 이용해 투자자를 찾을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고 봐야 한다"고 짚었다.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은 티메프의 ARS 프로그램 신청을 승인하며 사측과 채권자 간 협의를 위해 한 달간 회생절차 진행을 보류했다. 보류 기간은 최장 3개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티메프는 이 기간 우선 주요 채권자가 참여한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법원은 지난 2일 심문에서 티메프에 판매자와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을 포함해 채권자협의회를 고르게 구성하라고 당부했다. 향후 법원이 ‘절차 주재자’를 선임하면 양측이 본격적인 협의에 돌입한다. 변호사·회계사·조정위원 등에서 선임되는 절차 주재자는 법원과 채권자협의회에 자율구조조정 진행 과정을 수시로 보고한다.
만약 협의가 무산되면 법원이 강제적인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판단한다.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를 기각하면 두 회사는 사실상 파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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