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입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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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분류하고도 통지 안 해…소멸시효 주장은 권리 남용


군 복무 중 사망한 아버지의 순직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유족에게 60여 년 전 사망통지서를 전달해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군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1심 판단이 나왔다. 군이 순직 사실을 알리지 않아 유족이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군 복무 중 사망한 A 씨의 유족이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불가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지난 5월 판결했다.

재판부는 "군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A 씨의 유족이 어떤 금전적 보상도 받지 못하는 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사망통지서가 전달된) 1956년 원고는 3살이라 구체적 사망경위를 알 수 없었고, 1997년에야 순직이 결정돼 그 이전에 보상금을 청구해도 인용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군은 1997년 순직 재분류 결정도 원고에게 통지하지 않았고, 2021년에야 군사망사고위의 진상규명 결정으로 원고가 진상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A 씨는 1950년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4년 막사 신축 작업에 동원됐다가 산이 무너지면서 다쳤고 약 1년 5개월간 병원에서 치료받다 1956년 1월 숨졌다. A 씨의 형제는 같은 해 11월 A 씨에 대한 사망신고를 했다. 25년 뒤인 1981년 A 씨의 아들은 진정을 제기했으나 육군은 A 씨가 복무 중 병사했다며 보상을 거부했다. 이후 1997년 7월 육군본부는 A 씨가 순직했다고 인정했으나 이를 유족에게 통보하지 않았다. 2021년 10월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A 씨에 대해 "군 복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며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A 씨의 아들은 2022년 1월 A 씨에 대한 군인사망보상급 지급을 청구했으나 국군재정관리단은 A 씨의 사망신고가 1956년 11월 이뤄졌기 때문에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지나 시효 완성으로 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A 씨의 아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정관리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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