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카이스트생 회장 등 14명 검거
가상화폐 ‘던지기’ 수법으로 수익
호화 술파티 열고 동아리원 모집
의대·로스쿨 준비생 등 수백 명
대마·필로폰 등 집단 투약 권유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생과 의대·약대·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생들이 활동한 대형 대학생 연합동아리가 실제론 대학가에 마약을 퍼뜨리는 유통 조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대학가까지 번진 마약 문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간 조직적 마약 유통이 적발되는 사례는 많았지만, 대학생들이 주축이 된 마약 조직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 회장은 고급 호텔에서의 호화 술자리 등을 미끼로 대학생들을 끌어들여 마약에 발을 들이게 하고 중간에서 돈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부장 남수연)는 5일 마약 매매·투약 혐의로 이미 구속 중인 회장 A 씨(카이스트 대학원생)에 대해 연합동아리를 통해 마약을 유통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고, 임원진과 회원 등 대학생 3명을 구속했으며 2명은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단순히 투약만 한 대학생 8명은 조건부 기소 유예 처분을 받았다. 적발된 피의자들은 서울·수도권 명문대를 포함한 13개 대학교에 재학 중으로, 이들 가운데는 의대·약대 재입학을 준비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동아리를 결성한 A 씨는 대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를 이용, 고가의 외제차와 고급 호텔·식당 등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약 300명의 회원을 모집했다. 대학생 연합동아리 중 전국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A 씨는 참여율이 높은 회원들을 호텔이나 뮤직 페스티벌 등에 초대해 술을 마시다가 경계심이 흐트러진 틈을 타 마약을 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액상 대마로 시작한 마약 투약은 LSD·필로폰 등 중독성과 부작용이 심각한 마약으로 이어졌다. A 씨는 동아리 남성 회원들과 유흥업소 여종업원들을 호텔에 초대해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게 하기도 했다. 가상화폐 세탁업자를 통해 텔레그램 마약 딜러에게 가상화폐를 보내고 마약 은닉 장소를 전달받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한 A 씨는 회원들에게 한 번씩 투약할 분량을 팔면서 단가를 더 높게 책정해 차액을 챙겼다. 지난해 마약대금으로 활용된 가상화폐는 12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면에 묻혀 있던 이번 사건은 A 씨가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던 와중, 검찰이 수상한 거래 내역을 포착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A 씨는 지난해 이미 수차례에 걸쳐 마약을 투약하고, 동아리에서 교제하던 여학생과 성관계를 촬영한 뒤 이를 빌미로 협박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했던 A 씨는 이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됐다. 한편 피의자들이 마약 수사 대비 방법을 알려주는 텔레그램 채널에 가입해 휴대전화 자료 영구 삭제, 모발 탈·염색 등 범행을 은폐하는 수법을 배워 따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채널에 가입된 구독자는 9000명에 이른다. 검찰은 “채널 운영자에 대해 대검찰청과 공조해 추적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노지운 기자 erased@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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