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차량들이 전날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인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차량들이 전날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전소돼 있다. 연합뉴스


■ 행안부 국립재난안전硏 보고서

차량 적재땐 화염 전파 쉽고
초동진화 어려워 대규모 피해
내연차보다 무거운 점도 위협

인천 화재車, 사흘간 운행안해


이승주 기자 sj@munhwa.com, 인천=지건태 기자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지하주차장 화재만큼 여객선 전기차 화재도 위험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5일 행정안전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발간한 ‘전기자동차 등장에 따른 대형 화재·붕괴 위험’ 보고서에 따르면, 여객선의 경우 제한된 공간에 차량을 적재하는 구조적 특징 때문에 기상 악화와 같은 악천후 시 차량 충격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큰 반면, 화재 발생 시 화염 전파가 쉽고, 전기차 화재 진압이 가능한 소화 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됐다. 보고서는 “지하주차장·여객선과 같이 초동 진화가 어려운 장소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 대규모 피해 확산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화재는 화염이 차량 하부 수평으로 진행되는 데다, 배터리 열폭주 시 발생되는 오프가스가 공기보다 무거운 탄화수소계열로 주로 바닥에 깔리면서 배출돼 주변 차량에 화염 영향을 미치기 쉽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고서는 “지하주차장·여객선과 같이 화재 취약 지역에서의 전기차 화재는 특히 더 대형화될 수 있으므로, 관계부처는 연구·개발을 통해 과학적인 화재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일반 내연차 대비 큰 전기차의 하중 역시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전기차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장착돼 동급 내연차에 비해 무겁다. 예를 들어 현대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스탠더드의 공차 중량은 1630~1740㎏인데, 동급 내연차는 1360~1495㎏이다. 제네시스 G80도 전기차 모델은 공차 중량이 2265㎏인 반면, 내연차 모델은 1785~1965㎏이다. 보고서는 “국내에서 발생한 기계식 주차장의 중대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전기차 보급 증가에 따라 노후화된 기계식 주차 시설 주차장치의 피로도가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거운 전기차에 대한 우려와 경고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는 무거운 전기차에 의한 안전사고를 꾸준히 경고해왔다. 영국주차협회도 전기차 중량을 지탱할 수 있도록 노후화된 주차장의 하중을 개선하도록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지하주차장 화재는 주차된 벤츠 전기차에서 불이 나 8시간 2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차장에 있던 차량 72대가 불에 타고 70여 대는 그을림 등 손해를 입었다. 또 이 아파트 입주민 23명이 연기를 흡입해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전기와 수돗물 공급이 끊겨 주민 313명이 관할 구청 등에서 마련한 임시 주거시설 7곳에서 생활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경찰은 화재 차량이 지난달 29일 주차된 이후 불이 나기 전까지 사흘간 운행하지 않았으며 외부적인 충격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또, 차량이 주차돼 있던 장소 또한 충전구역이 아닌 일반 주차구역이었던 것으로 확인하고, 이날(5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이승주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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