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잉글랜드 북부 로더럼에서 경찰견이 경찰을 위협하며 폭력 시위를 벌인 한 시위자를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4일 잉글랜드 북부 로더럼에서 경찰견이 경찰을 위협하며 폭력 시위를 벌인 한 시위자를 공격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망명신청자 숙소앞 700명 몰려
스타머 “극우깡패 심판대 세울것”


지난주 영국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주범이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뉴스로 촉발된 극우 폭력 시위가 격화하면서 키어 스타머 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극우 시위대는 상점 약탈은 물론 모스크(이슬람 사원)와 망명 신청자들이 머무는 호텔까지 공격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극우 깡패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며 엄벌을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일 700명 규모의 극우 시위대가 망명 신청자들이 머물고 있는 잉글랜드 북부 로더럼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호텔 앞에서 반이민 시위를 벌였다. 복면을 착용한 시위대는 벽돌을 경찰관들과 호텔 창문 등을 향해 던졌다. 창문이 깨지자 호텔 내부로 난입한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안에 있던 의자를 경찰에 던지기도 했다. 또 쓰레기통에 불을 질러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앞서 지난 2일 밤부터는 런던을 비롯해 리버풀·사우스포트·브리스틀 등에서 소요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시위대는 경찰에게 벽돌 등을 던지는가 하면 모스크에 공격을 가했다. 경찰서,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방화로 불에 타거나 훼손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총 147명이 체포됐으며 체포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사태는 약 13년 만에 영국에서 발생한 최악의 폭력시위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29일 리버풀 인근 사우스포트의 어린이 댄스 교실에 침입한 범인이 흉기를 휘둘러 어린이 3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사건으로 촉발됐다. 사건 직후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 신청자라는 가짜 뉴스가 퍼지자 극우파들이 길거리로 나서 폭력 시위를 벌인 것이다. 경찰이 피의자가 웨일스 카디프 태생의 17세 남성 ‘액설 루다쿠바나’라고 밝힌 이후에도 폭력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스타머 총리는 성명을 내놓고 시위대를 향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폭력에 가담한 사람들은 법의 모든 힘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말라”면서 “경찰이 체포할 것이고 기소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직접적으로든 온라인에서든 폭력을 부추기고 나서 도망친 사람들은 이 무질서에 가담한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우 증오범죄에 따른 사회 혼란이 커지면서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이 첫 번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이번 주 휴가 계획을 취소하고 총리 관저에 남아 추가 대응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이현욱 기자 dlgus3002@munhwa.com
이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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