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미 논설위원

2024 파리올림픽,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지난달 29일 남자 서핑 예선 3라운드, 고난도 기술을 마친 브라질 선수 가브리엘 메디나의 검지 척 세리머니 사진이다. 제롬 브루예 AFP통신 기자가 찍은 사진으로 메디나가 큰 파도에서 나오는 순간을 절묘하게 포착해 마치 공중 부양하는 듯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10년 이상 스포츠 사진을 찍어온 브루예는 세리머니를 예상하고 메디나가 몸을 공중에 띄우는 순간 셔터를 눌렀다고 한다. “그날 가브리엘은 적절한 시간, 적절한 장소에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 준비, 헌신, 타이밍, 약간의 경험과 행운이 필요했다.”

세계적 이목을 끈 사진이라면 이분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피격 현장에서 역대급 사진을 찍은 퓰리처상 수상자 에번 부치 AP통신 기자다. 파란 하늘과 성조기를 배경으로 피를 흘린 채 주먹을 들고 소리치는 트럼프를 담아낸 사진은 ‘역사적 중요성, 명료한 구도, 긴장감 등 사건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평과 함께 ‘올해의 사진’ 자리를 미리 예약했다. “팡, 팡 총성을 듣는 순간 미국 역사에 기록될 중요한 사건임을 직감했다. ‘작업 모드’로 들어가 생각을 멈추고 1000번 넘게 해온 대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기회는 두 번 오지 않는다.”

두 사진은 각각 미국과 파리, 정치와 올림픽, 대선 후보와 서퍼를 담았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전설적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의 사진 철학인 ‘결정적 순간’을 재현하고 있다. 사진 통신사 ‘매그넘’ 창립 멤버로 3일 20주기를 맞은 브레송은 ‘결정적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연과 찰나의 순간이지만 피사체, 주변 조건, 작가의 의도가 사진 프레임 속에 완벽하게 구사되고 작가의 전 능력이 투입되는 순간”이라고. 이를 위해 필요한 건 꾸준함이기에 계속 레이더를 켜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시간과 노력, 애씀이 쌓이고 쌓이다 임계치를 넘어 폭발하는 것. 소설가 파울루 코엘류식으로 말하면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답하는’ 순간이다. 이는 사진 철학만이 아니다.

정작 브레송은 이런 말도 남겼다. “평생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찍으려 발버둥 쳤으나,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삶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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