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Economy

반독점법 의식해 합병않고 꼼수
미국 정계, 법무부 등에 조사 촉구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가운데, 빅테크들이 AI 스타트업을 정식으로 인수하지 않고 사실상 껍데기만 남겨둔 채 인재들만 영입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규제 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러한 ‘꼼수 인수’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AI 관련 투자를 늘려온 빅테크 중 하나인 아마존은 지난 6월 미국의 AI 개발 스타트업 어뎁트의 CEO와 주요 직원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또 어뎁트의 AI 시스템 및 데이터세트에 대한 사용권도 획득했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지난 3월 AI 스타트업인 인플렉션AI를 이끌던 무스타파 술레이만과 인플렉션AI 직원 70여 명을 채용했다. 술레이만은 알파고를 만든 AI 기업 딥마인드의 공동 창업자로, MS는 술레이만에게 MS의 AI 부서를 총괄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과 MS의 이러한 인수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 ‘애크하이어(acqui-hire)’의 반대말인 ‘역(逆) 애크하이어(reverse acqui-hire)’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과거 빅테크들이 특정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해당 스타트업을 통째로 인수하던 것(애크하이어)과 반대로, 정상적인 인수합병 절차 없이 핵심 인재들만 영입해 온다는 뜻이다. 이러한 새로운 방식은 최근 빅테크들의 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침입해 인재를 밀렵(poach)해온다는 뜻의 ‘포칭’이라는 표현으로도 불린다.

미 정치권에서는 역애크하이어가 반독점법을 피해 가는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민주당 소속 론 와이든 상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상원의원 3명은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빅테크들의 이러한 인재 영입 방식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와이든 위원장은 “AI에서 일어나고 있는 거대한 통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며 “몇몇 기업들은 혁신에 집중하기보다는 시장의 주요 부분을 장악하고 다른 사람들의 재능을 매수하려고 노력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빅테크)은 반독점 조사를 피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당국이 거래 조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이런 새로운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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