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Global Economy
동남아 ‘싼 전기료·인건비’ 강점
말레이, 구글 클라우드 시설 유치
태국, 아마존 50억달러 투자받아
일본·대만 등 ‘IT 강국’도 유치전
AI 인재 16% 보유 인도도 부상
MS 투자로 아·태 최대용량 확보
반도체에 이어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향후 국가 산업 경쟁력을 가를 인공지능(AI) 경쟁력 구축에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데이터 주권 강화 차원에서 보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전력과 물 사용에 반대하는 여론에 부딪혀 외국행에 속도를 내고 있는 미국 빅테크들의 전략과 맞물려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허브 된 동남아… 싼 전기료·노동력 강점 = 데이터센터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동남아다.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6개국의 향후 3~5년 이후 데이터센터 규모는 현재의 2.5배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6개국이 현재 사용하는 전력량은 1708메가와트(㎿)로, 향후 3~5년 안에 4185㎿까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은 최근 동남아 국가에 데이터센터 시설을 건립하겠다고 잇따라 발표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말레이시아에 첫 번째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설을 짓기 위해 2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아마존도 태국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50억 달러, 60억 달러의 투자 계획을 세웠다. 싱가포르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에도 120억 싱가포르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MS도 말레이시아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시설 구축을 위해 22억 달러를 투자할 방침이다. 엔비디아도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현지 기업과 연계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공급하고 있다. 동남아 국가에서만 2025년까지 50여 곳의 데이터센터가 운영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남아 각국 정부도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세제 혜택뿐 아니라 근로자 고용 등 각종 투자 규제도 대폭 완화하면서 빅테크 기업 유치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풍부한 수력에너지로 전기료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는 점도 동남아가 데이터센터 허브로 떠오른 또 다른 핵심 배경이다. 2021년 비트코인 채굴 열풍이 불었을 때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전기료가 저렴한 국가들에 채굴 수요가 몰린 것과 비슷한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에 근무하는 현지 인력의 인건비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기술 강국’ 인도·대만·일본행도 증가 = 빅테크들은 정보기술(IT) 강국들로도 향하고 있다. 인도는 올해 MS와 아마존으로부터 160억 달러가 넘는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했다. MS는 인도 남부 텔랑가나주에 약 37억 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기로 했다. 용량은 660㎿로, 유럽에서 약 50만 가구에 1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아마존도 2030년까지 인도의 클라우드 인프라에 약 127억 달러 투자를 결정했다. 이로써 인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게 됐다. MS와 아마존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은 인도의 AI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데다 인도의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전 세계 AI 인재의 16%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세계 3위 규모다. 연간 7%에 달하는 높은 경제 성장률도 빅테크들이 인도를 데이터센터 건립 장소로 낙점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대만은 우수 반도체 인력을 등에 업고 AI 반도체 산업 테스트베드로 부상하고 있다. 아마존과 구글, 엔비디아, MS에 이어 최근에는 애플까지 대만 데이터센터 설립에 나섰다. 중궈스바오(中國時報) 등 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대만 북부 지역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1000억 대만달러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AI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는 대만에 두 번째 AI 슈퍼컴퓨터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고 구글은 이미 데이터센터용으로 400억 대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은 AI·디지털 등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정하고 자국 및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유치 전략을 펴고 있다. 일본의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MS는 일본에서 2025년까지 29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MS가 일본에서 투자한 것 중 역대 최대 규모다. AWS도 일본에 데이터센터를 증설하기 위해 최근 2조3000억 엔을 투입하기로 정했다.
◇선진국선 반대 여론 팽배 = 선진국에선 구글과 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유치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70%가량이 건립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주민들이 전기와 물 부족을 앞세워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최근 조지아·버지니아 등 미국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미국 지역 사회의 유치 1순위 시설이었던 데이터센터가 ‘찬밥 신세’가 된 것이다. 주도인 애틀랜타가 데이터센터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조지아에서는 지난 3월 데이터센터 세금 감면을 2년간 중단하는 법안이 주 의회를 통과했다. 미국 내 최대 데이터센터 허브인 버지니아주에서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규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건설로 인한 환경오염뿐 아니라 거대한 소음과 공업용수 소비로 인한 물 부족 등도 주민들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이유다. 미국 아이오와주에 있는 앨투나에서는 데이터센터 열을 식히기 위해 도시 전체 물 사용량의 20%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뭄을 겪는 상당수 지역에서는 물 부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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