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우리나라는 대통령제 국가이다. 대통령제의 특징은 권력분립과 국가권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다. 국민은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고, 대통령은 독자적으로 행정부를 구성한다. 대통령제의 본질적 특징은 입법권과 행정권의 상호 독립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 예산안 제출권, 행정입법권 등을 갖고,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행사에 대한 동의권, 예산안 심의확정권, 탄핵소추권, 국정조사권 등을 갖는다.

최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아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계속 의결하였다. 그런데 형사사법기능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는 자칫 잘못하면 수사와 기소, 재판에 영향을 미치게 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처럼 탄핵소추가 빈번해지면 권력분립원칙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이 깨지고, 형사사법체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탄핵소추권은 국회의 행정부·사법부에 대한 강력한 견제권이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국무총리·장관과 헌법재판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감사원장과 감사위원 및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해당 공무원은 탄핵심판이 결정될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된다.

헌법이 탄핵소추 대상 공무원을 나열하고 있는 것은 공무원 누구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헌법은 만일을 위하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도 탄핵소추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은 법률로 공무원의 범위를 정하더라도 최소 차관급 이상의 공무원만 대상으로 해야 함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을 보장받기 때문에 포함한 것이다.

국가의 형사사법체계가 흔들리면 법치국가는 훼손된다. 법치국가 원리는 칸트의 이성국가론을 바탕으로 자의적인 정치권력을 통제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정치권력이 국가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면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는 피해가 발생한다. 국회에서 정치적 성향의 입법이 빈번해지면 국정에 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국민의 법적 신뢰가 훼손된다.

방송통신위원회 구성을 놓고 여야는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언론이 제4의 국가권력이라고 생각하는 방증이다. 그렇지 않다면 야당이 이렇게 총력을 기울여 방송통신위원장의 권한행사를 정지하려고 탄핵소추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는 행정기관이지 국회의 하부기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그 신분에 맞는 중대한 법 위반을 탄핵심판 요건으로 하였다. 이렇게까지 탄핵소추권을 행사하면 헌법을 위배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만 왔다 갔다 한다. 국정은 표류하고 국민은 국가권력 간의 살벌한 춤사위만 보는 관객으로 전락했다. 의회민주주의 위기는 국민의 선택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후퇴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불러온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권력은 유한하지만, 그 오남용은 영원히 역사에 박제된다. 무소불위 권력도 한순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국회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이다.

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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