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로이터 연합뉴스


■ 올림픽 경기장 곳곳서 울려 퍼지는 한국어 노래

남녀 양궁 개인전 중간중간
블랙핑크·아이브 노래 재생

체조 예선서 멕시코 선수는
스트레이 키즈 곡 배경음악

BTS 뷔, 신유빈 SNS 응원
샤이니 민호 ‘IOC 프렌즈’로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이 열린 4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경기장. 한국 양궁 대표팀의 맏형인 김우진이 미국의 브래디 엘리슨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건 가운데 이날 경기장에는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K-팝 걸그룹의 노래가 울려 퍼졌다. 하루 먼저 열린 여자 양궁 개인 결승전에서는 임시현과 남수현이 나란히 태극마크를 달고 ‘집안 싸움’을 벌였다. 총 5세트로 진행된 단식 경기의 중간중간 블랙핑크의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아이브의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 등이 경기장을 메웠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주최 측은 미국 선수들의 경기에는 ‘서핑 유에스에이’(Surfin‘ U.S.A.),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를 경기장에서 재생하는 등 각 나라를 대표하는 노래들을 선곡했다. 태극전사들이 선전을 보이는 무대에서는 K-팝을 ‘국가대표 콘텐츠’로 인정한 셈이다.

스트레이키즈의 히트곡에 맞춰 경기를 치른 멕시코 체조 선수 알렉사 모레노.
스트레이키즈의 히트곡에 맞춰 경기를 치른 멕시코 체조 선수 알렉사 모레노.


K-팝의 글로벌 인기는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다른 국가 선수들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멕시코 체조 선수 알렉사 모레노는 지난달 28일 열린 여자 기계체조 예선에서 보이그룹 스트레이 키즈의 대표곡 ‘특’(S-Class), ‘매니악’(Maniac), ‘락’(LALALALA)을 배경음악으로 골랐다. 알렉사 모레노는 이 곡에 맞춰 뒤집기, 뒤틀기, 구르기 등 다양한 기술을 펼쳤다. 이 선수는 과거에도 자신의 SNS를 통해 스트레이 키즈의 노래를 들으며 훈련하는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 이탈리아 체조 선수 엘리사 이오리오는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이다. 영국 스포츠매체 키다 등은 그의 등에 새겨진 한글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문구와 하트 모양에 주목했다. 이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를 한국어로 옮긴 문구이고, 하트 모양 역시 이 앨범의 로고다. 자신의 SNS에도 ‘자신을 사랑하세요’라는 한국어를 게시해놓은 이오리오는 이미 방탄소년단 팬덤 사이에서 ‘진성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명을 한글로 등에 새긴 이탈리아 체조 선수 엘리사 이오리오.
그룹 방탄소년단의 앨범명을 한글로 등에 새긴 이탈리아 체조 선수 엘리사 이오리오.


K-팝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방탄소년단은 파리올림픽 기간 중 다방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6월 군복무를 마친 맏형 진은 지난달 14일 프랑스 파리 리볼리 거리에서 진행된 성화봉송에 참여했다. 약 10분 동안 진행된 성화봉송에 참여한 진을 보기 위해 수많은 팬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었고 진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됐지만 응원을 보내주신 덕분에 최선을 다해 마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멤버 뷔는 파리올림픽을 통해 ‘삐약이’에서 한국 탁구의 대들보로 거듭한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을 응원했다. 신유빈은 “방탄소년단의 팬이며 긴장을 극복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듣는다”고 밝힌 바 있고, 뷔는 개막식 영상을 캡처한 뒤 “(신)유빈이 탁구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이라는 응원을 SNS에 올렸다. 이에 신유빈은 이튿날 “파이팅, 감사합니다”라고 답했고, 결국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파리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태극전사들을 격려하기 위한 K-팝 스타들의 ‘장외 응원’도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룹 샤이니 멤버 민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정 ‘올림픽 프렌즈’로 활동 중이다. 이는 선수가 아닌 유명 인사가 올림픽의 가치를 전파하도록 IOC가 신설한 프로그램이다. 이 외에도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팀 코리아’의 공식 응원가로 그룹 세븐틴의 유닛인 부석순의 ‘파이팅 해야지’가 선정됐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삼성전자와 손잡고 파리올림픽 캠페인 메시지인 ‘오픈 올웨이즈 윈스(Open Always Wins·열린 마음은 언제나 승리한다)’를 제목으로 한 음원을 공개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지구촌 축제에서 K-팝이 흘러나오고, 외국 선수들이 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K-팝이 글로벌 콘텐츠로 거듭났다는 증거”라며 “K-팝 스타와 선수들이 SNS를 통해 서로를 응원하는 등 K-콘텐츠와 스포츠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