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 ‘스파이’의 세계

‘군무원 기밀유출’ 치명적 피해
대북 소식통들 처형 가능성 커


북한이 대남 미사일 발사·오물 풍선 살포 같은 무력 도발뿐 아니라 지난 76년간 간첩 공작 행위를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최근 우리 군 정보의 ‘심장부’인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가 비밀리 보관 중인 해외 요원 신상 정보가 대거 해외로 유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요원 암호 코드는 물론 실명, 위장직업, 위장업체 등이 모두 유출돼 북·중 접경 지역 등에서 근무하던 해외 첩보 요원들이 급거 귀국하고, 대북 소식통들은 북한으로 귀환돼 처형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수사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정보사 군무원인 A 씨가 이른바 ‘블랙 요원’과 사령부 기지 현황 등이 담긴 2∼3급 비밀을 중국 동포에게 파일 형태로 넘기면서 발생했다. A 씨는 본인의 개인 노트북이 해킹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2∼3급 기밀 자료를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것은 규정 위반 및 위법 사안에 해당한다. 지난 6월 수사에 나선 국군방첩사령부는 지난달 30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됐다. 군은 A 씨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진행하면서 북한 측에 기밀 자료를 넘기려 했는지, 금품을 수수했는지 등의 간첩 혐의 적용 가능성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군의 각종 기밀 자료들이 해외로 유출되면서 우리 군의 정보 보안은 물론, 대북·해외 정보 라인의 활동에 치명적인 연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정보사는 북파 공작원 등 휴민트 활동에 중점을 두는, 대북 정보 활동의 핵심 기관이다. 전직 국정원 출신 간부는 “이번 명단 유출로 정보원들이 귀국하면서 최소 10년 이상 구축해야 하는 해외 정보망이 단번에 줄줄이 무너지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런 상황에서 1948년 시작된 북한의 대남 간첩 공작은 갈수록 고도화·집중화되며 우리에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제주간첩단(ㅎㄱㅎ), 창원간첩망(자통 민중전위), 민주노총 침투 간첩망 사건 등은 대한민국이 북한 간첩들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전조선혁명(전 한반도의 공산화)의 일환으로 전개한 대남 간첩공작의 역사는 올해로 무려 76년에 달한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지난해 말까지 파악된 북한의 간첩 침투 및 검거 사건 적발 건수도 2020건이 넘는다. 이 통계는 우리 당국에 적발된 것만을 집계한 것이고 실제 적발되지 않고 암약하고 있는 간첩과 성공적으로 간첩 임무를 수행하고 복귀한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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