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구 문화부장

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6일까지 금메달 11개(은 8, 동 7)로 종합순위 6위. 당초 목표했던 금메달 5개는 진작에 뛰어넘었다. 원동력은 활·총·칼 종목의 선전으로 풀이된다. 양궁(금 5)을 비롯해 펜싱(금 2)과 사격(금 3)에서 대거 메달을 추가하면서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땄던 2012 런던올림픽(금 13)을 넘을 기세다. 팬과 시청자들은 “쏘고, 찌르고, 날려서 금메달 10개” “올림픽 육상 못하면 어때? 우리는 활·총·칼의 민족”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다.

장외 올림픽인 K-컬처 행사도 호응이 뜨겁다. 올림픽 기간 현지에 문을 연 코리아하우스는 연일 수많은 방문객으로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관 이후 닷새간 총 1만6019명이 다녀갔다. 이 가운데 절반은 외국인이었다. 이들은 펜싱의 오상욱이 결승전을 펼칠 때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가 제공한 K-응원봉을 들고 “대∼한민국”을 함께 외쳤다. 그러다가 K-푸드인 만두와 떡볶이로 허기를 달랬고, 응원전 후엔 K-팝 콘텐츠를 즐겼다. 윤고은·백수린 작가의 K-북 행사도 붐볐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한국 스포츠의 맹활약을 지켜보는 국내 영화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 활·총·칼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해외의 K-컬처가 핫이슈로 주목받고 있지만, 내수시장의 분위기는 어둡고 답답하기 때문이다. K-팝과 함께 대중문화의 최전선을 지켜온 한국 영화는 도무지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상반기 영화시장 매출액은 6103억 원, 전체 관객 수는 629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 그러나 ‘파묘’ ‘범죄도시4’ 등 1000만 영화가 이례적으로 2편이나 나온 것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매출액(8390억 원)의 72.7%, 관객 수(1억99만 명)의 62.3%에 그친 게 이를 방증한다.

굳이 ‘초긍정’의 시선으로 보자면, ‘파묘’와 ‘범죄도시4’에서 칼과 총이 주요 소재로 다뤄지고, 1761만 명으로 역대 최고 흥행작에 올라 있는 ‘명량’은 ‘칼과 활의 이야기’이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을 딛고 흥행한 ‘서울의 봄’은 총을 든 군인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희망회로’가 반영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억지 위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안다. 사격, 펜싱, 양궁의 놀라운 성공 뒤에는 ‘활·총·칼의 나라’라는 근사한 명칭보다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과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혁신이 숨어 있었다. K-무비가 행여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소멸한 홍콩 누아르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 절대 안 된다. 그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선 파리올림픽 활·총·칼의 혁신을 배워야 한다. 2011년 흥행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주인공 박해일은 마지막 활시위를 당기며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하지만 그 말은 이제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활·총·칼의 혁신에서 보이듯 한국 영화의 바람(위기)은 철저히 계산해야 극복할 수 있다.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문화부장
김인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