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우여곡절의 연속이던 올해 미국 대선이 마침내 대진표를 확정 지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9일 개막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러닝메이트로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를 선택했다. 올해 전반기 내내 조 바이든 대통령 때문에 노심초사하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활기를 되찾는 중이다. 반대로 공화당은 이를 사회주의자 드림팀으로 규정하며 공격에 나서고 있다. 11·5 대선은 3개월을 앞두고 국정 심판인가 양극화 정서인가 기존의 양분된 역학 구도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민주당에 유리해진 점은 무엇보다 투표율이 올라갈 가능성이다. 달라진 게 없다고 느꼈던 흑인 유권자들, 이스라엘의 무차별 폭격을 애써 무시하는 바이든 때문에 격분했던 청년 유권자들, 연방대법원 결정으로 인해 낙태 권한이 각 주의 소관이 된 현실에 불만이었던 여성 유권자들 모두 해리스를 향해 새로운 기대감을 표출 중이다. 이들이 사전투표 포함, 지난 대선 수준으로 다시 민주당을 선택한다면 해리스에게도 승산이 있다.

한편 두 번의 대선 모두 전국 득표율 46%를 넘지 못했던 트럼프 경우 그간 공들였던 지지층 확장 전략이 흑인 여성인 경쟁자 등장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국면이다. 바이든의 실정에 모든 화력을 쏟아부었던 공화당의 선거 전략 역시 해리스 공략법을 두고 혼란에 빠졌다. 정체성 신상을 괜히 건드렸다가는 역풍이 거셀 만큼 미국이 변했다. 대통령 바이든과 부통령 해리스를 인플레이션 공범으로 엮는 전략도 여론의 공감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성격상 트럼프가 성(性)과 인종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해리스의 장점은 약점이기도 하다. 중서부 러스트벨트 3개 주가 경합주인데, 해리스는 백인 노동자 세력과 연결 고리가 거의 없다. 샌프란시스코 출신 흑인 여성이 중서부·남부의 백인 가정 문화와 현실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공화당 우세 지역구 하원의원 출신이자 총기 소유자인 월즈를 부통령 후보로 택한 배경이기도 하다. 2020년 대선 당시 억울한 죽음을 당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유사한 일이라도 벌어지면 흑인들이 궐기하겠지만, 이번에 백인들은 트럼프로 쏠릴 기세다.

가자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반대하며 여름방학 이후 더욱 격화된 시위를 벌일 수 있는 청년층이 해리스의 실수 한 마디 혹은 양다리 걸치기에 마음을 다시 접을 가능성도 있다. 대선까지 남은 석 달이 짧기는 해도 여전히 해리스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에 관해 소셜 미디어 시대에 높아진 검증의 벽도 넘어야 한다. 검사 경력을 부각시켜 트럼프를 몰아붙이겠다는 자신감은 좋지만, 주 검찰총장 시절 학생의 무단결석을 부모의 형사책임으로 몰아붙였던 자신의 과거 경력 역시 재조명될 전망이다.

해리스는 일단 바이든의 대외 정책 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0월의 충격(October Surprise)’ 도발을 자행한다면 여성 후보로서 강경 입장을 취할 것이 분명하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베냐민 네타냐후, 시진핑(習近平)에게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만일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진보파가 장악한 민주당의 대통령으로서 차별화된 미국 외교를 펼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것은 백악관 입성 이후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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