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편지.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편지. 한국성폭력상담소 제공

한국성폭력상담소 통해 감사 편지…"용기와 희망 주셔서 감사"
후원금도 1억2000만 원 모금…전액 피해자 생계비로 사용 예정


지난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통해 국민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해왔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7일 상담소 홈페이지를 통해 "피해자가 마주한 고난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십시일반 마음을 더해주신 후원자분들 덕분에 숨통이 트였다는 피해 자매 두 분이, 후원자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 편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피해 자매는 편지에서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많은 분, 친구·자매·이웃처럼 가까이에서 함께하듯 위로와 격려를 해주신 분들께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며 "사건이 재조명된 후 두 달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살면서 정말 길었던 것 같다. 큰 힘 보태주신 여러분 덕분에 처음으로 저희 마음을 속 시원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많은 분들께서 옆에 있는 것처럼 함께 해주시고 저와, 또 저를 위해 나서준 여동생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저처럼 억울한 피해자가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들 자매는 끝으로 "용기와 희망이 생기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앞서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행 트라우마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피해자를 위해 지난 6월 13일부터 28일까지 모금 활동을 벌였다. 16일 만에 3144명이 참여해 목표액의 4배가 넘는 1억2000만 원이 모였다고 한다. 모인 후원금은 전액 피해자의 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이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지역 고교생 44명이 여중생 1명을 꾀어내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사건이다. 올 6월부터 온라인에서 가해자들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으며 ‘사적제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구속 7명·불구속 3명)을 기소했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나머지 가해자에 대해서는 피해자와 합의했거나 고소장에 포함되지 않아 ‘공소권 없음’으로 풀려났다.

이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 가족들의 협박 등으로 피해자가 더욱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경험해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대중들의 분노를 키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사이버 레커’(사회적 관심이 쏠린 주제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사람들을 이르는 표현)들이 피해자의 동의 없이 사건 당사자의 정보를 공개하면서 피해자가 2차 가해를 당하기도 했다.

노기섭 기자
노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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