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수지 흑자 7년만에 최대

반도체 · IT 기기 · 석유제품 등
수출 9개월째 증가… 6월 8.7%
수입은 전년동기에 비해 5.7%↓

하반기 흑자는 다소 줄어들수도
중동불안 등 대외불확실성 높아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품목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끌고 있다. 금융시장 불안 속에서도 수출이 호실적을 이어가며 대외건전성을 튼튼히 뒷받침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4년 6월 국제수지(잠정)’ 통계에 따르면 6월 경상수지가 122억6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한 것은 상품수지 흑자가 대폭 확대된 영향이 가장 컸다. 상품수지는 114억7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에 비해 27억2000만 달러 늘었을 뿐 아니라 2020년 9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품수지 흑자가 커진 데는 수출은 늘고, 수입은 감소하는 ‘양방향’ 영향이 작용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하며 9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인공지능(AI) 관련 전방산업 수요 확대와 메모리 가격 상승 등으로 반도체(50.4%, 통관 기준)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밖에 정보통신기기(26.0%)와 석유제품(8.5%), 승용차(0.5%) 등의 수출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반면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내수회복 지연으로 원자재(-6.6%)와 자본재(-4.6%), 소비재(-15.6%) 모두 감소 폭이 커졌다. 반도체 기업의 설비 투자가 이연되면서 관련 제조장비 수입이 줄었고 항공기 수입 지연도 영향을 줬다. 승용차 수입의 경우 지난해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로 인한 기저효과가 작용하며 감소했다.

6월 경상수지가 ‘빅 피겨’(큰 자릿수)를 기록한 데에는 본원소득수지와 서비스수지도 영향을 미쳤다. 임금·배당 유출입을 나타내는 본원소득수지는 26억9000만 달러 흑자로 전월(17억6000만 달러)보다 흑자 폭이 늘었다. 5월과 달리 분기배당이 없어 외국인에 대한 배당 지급이 줄어든 덕분이다. 서비스수지는 16억2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12억9000만 달러) 대비 소폭 악화에 그쳤다. 여행수지도 9억 달러 적자를 냈지만, 전월(-8억6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늘지 않았다.

상반기 경상수지가 호실적을 거두면서 연간 경상수지는 한은의 기존 전망치인 60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오는 22일 발표할 8월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이 수치를 상당 폭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상반기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상품수지의 경우 수출은 높은 증가세가 유지되겠지만 수입 감소세가 완화되면서 흑자 폭이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호조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투자소득도 양호한 수준으로 유입되면서 당분간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미국 경기침체, AI 투자 둔화 가능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미국 대통령 선거, 중동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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