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4개 브랜드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8.6%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월 26일 ‘2024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BYD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4개 브랜드의 합산 시장 점유율이 38.6%에 달하는 등 성장세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월 26일 ‘2024 베이징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BYD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 대한민국 ABC가 위험하다 - <上> 자동차

중국 정부 지원 업고 생산규모 증설
저가 물량 공세로 공정경쟁 저해

한국·중국 수출경합지수 7년만에 최고
자동차 2대중 1대꼴 경쟁하는 중
공들인 아세안서 주도권싸움 치열




한·중 간 수출 구조의 유사성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이 한국산의 반값에 불과한 자동차를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각국의 전기차 과잉 공급 우려에도 중국이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무차별적으로 생산 규모를 증설하고 있어 공급과잉 사태가 장기화하고 세계 완성차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국제무역센터(ITC) 국제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중국산 자동차의 수출단가는 t당 5468달러(약 752만 원)로 한국산(1만1220달러·2월 기준)의 48.8%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 자동차의 저가 공세는 물량 공세와 함께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7월∼올해 3월 중국의 자동차 총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했지만, 총수출량은 6.2% 증가했다. 수출 금액은 줄었으나 수출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상품의 가격을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 등 주요국의 과잉생산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정부 지원을 확대하며 전기차 등 주요 품목 생산을 늘리고 있다. 외국계 경제전망기관인 CEIC(Consensus Economics Inc)의 분석 결과,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은 2022∼2023년 3월까지 703만 대에서 2023년∼올해 3월까지 903만5000대로 28.5% 증가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는 한국 자동차 산업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격이 반값인 상황에서는 기술력·성능 등을 통한 공정 경쟁이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안혜영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전기차 분야는 중국 기업이 밸류체인 상류에서 하류까지 거의 모든 분야를 압도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산업 생산 확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중국의 과잉공급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이 공을 들이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은 이미 격화한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기준 태국(76%), 말레이시아(44%), 싱가포르(34%)에서 전기차 점유율 1위를 휩쓸었다. 특히 동남아 최대 전기차 시장인 태국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2021년 중국 기업 점유율 14%)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21년 약 7만2400달러(9953만 원)였던 태국 내 중국산 전기차 평균단가는 지난해 3만7900달러(5210만 원)로 약 48% 하락했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중국 기업의 동남아 현지 생산이 본격화하고 있어 향후 시장 점유율은 더욱 상승할 것”이라며 “동남아 주요국이 전기차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기업의 해외 사업 확장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중국의 수출 구조가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다는 점은 중국의 위협을 높이고 있는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중 수출품목 간 수출경합도(ESI) 지수는 0.38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6년(0.389)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ESI 값은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 구조가 유사해 경합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주요 수출 품목별 ESI를 보면 자동차 부문에서의 경쟁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1∼8월 기준) 자동차 산업의 한·중 ESI는 0.522로, 5년 전인 2018년 말 0.354 대비 0.168포인트나 상승했다. 2대 중 1대꼴은 중국과 경합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근홍 기자 lkh@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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