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논문때 일본 지역구 누벼 정치인들과 대화하며 친교 “일본에 전혀 편견·오해없어 대등한 외교적 역할 다할 것”
글·사진=이미숙 전임기자(논설위원) musel@munhwa.com
“일본에 대한 편견이나 오해 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온 한·일국교 정상화 이후 세대로서 한·일관계는 대등하다고 생각해왔고, 외교활동도 그런 방침으로 해나갈 것입니다.” 박철희(61·사진) 신임 주일 대사는 9일 부임에 앞서 한일포럼 및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공동 주최로 지난 6일 개최된 초청간담회 겸 환송회에서 “김종필 전 총리와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 등으로부터 한·일수교 관련 비화를 직접 들었던 마지막 세대로서, 한·일관계에 대한 윗세대의 지혜를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일을 하겠다”며 이렇게 부임 소감을 밝혔다.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일본 정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 대사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 그리고 한·미·일 3국 관계에 정통한 대표적 외교 안보 전문가다. 그는 1995년 박사 논문을 위한 현장 리서치 때 도쿄의 각 지역구를 출마 정치인들과 함께 누볐고,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등 110명을 인터뷰했다. 일본 정치인을 만날 때마다 “여러분은 저의 연구 대상입니다”라고 운을 떼며 친교를 다졌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이 현장 연구는 그의 대표 저서인 ‘자민당 정권과 전후체제의 변용’(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1)의 기반이 됐다. 박 대사는 일각에서 자신을 극우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 “제가 극우라면 일본의 중도 리버럴 신문인 도쿄신문에 10년간 칼럼을 쓸 수 있었겠느냐”며 일축했다.
박 대사는 특히 일본 정계와 재계·학계의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1993년 창립된 한일포럼이 한·일 양국의 대표적 교류 협력의 장이 되도록 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공로명 전 외무부 장관은 박 대사의 도쿄 부임을 ‘여어득수(如魚得水)’라고 했다.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최고의 일본 전문가인 그가 주일 대사 역할을 잘해낼 것이라는 덕담이다. 한일포럼 한국 측 회장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2015년 한·일수교 50주년 때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양국 리셉션에 상호 교차 참석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내년 한·일협정 60주년 행사를 통해 한·일 관계가 진일보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행사에는 서울 주재 일본 신문·방송 특파원들도 10여 명 참석, 지일파 박 대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