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의 한 회사 건물 야외 주차장에 전기차 전용주차 구역이 표시돼 있다. 백동현 기자
지난 1일 발생한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를 계기로 전기차 화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8일 오전 서울의 한 회사 건물 야외 주차장에 전기차 전용주차 구역이 표시돼 있다. 백동현 기자


전기차 화재 매년 증가하는데
충전기 갖춘 주차장 소방설비 미비
질식소화 덮개론 완전 진화 못해
즉시 작동 스프링클러 설치해야
충전율 80% 제한 등 정책도 손봐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로 화재가 발생하면 불이 옆 차량으로 옮겨붙는 데 75초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다음 차량까지 불길이 추가로 번지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45초로 파악됐다. 전기차 충전설비가 설치된 지하주차장에 소방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일 소방청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화재는 2017년 1건이 처음 발생한 이래 2020년 11건, 2021년 24건, 2022년 43건, 지난해 72건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017년만 해도 내연기관차가 2.21건, 전기차는 0.4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내연기관차 1.86건, 전기차 1.32건으로 격차가 확 줄었다.

특히 전기차는 불이 빠르게 확산할 위험성이 크다는 게 문제다. 국립소방연구원의 ‘전기차 화재 대응 가이드’에 따르면, 내연기관차는 화염의 상승효과로 인해 바람의 영향이 없다면 불길이 주로 위로 향한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팩 내부에서 발생한 화재의 경우 방출되는 압력 및 가연성 가스로 인해 화염이 수평으로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충전설비 때문에 주변 차량도 전기차들이므로 옆으로 불길이 빠르게 번지기 쉽다.

소방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열폭주 이후 옆 전기차로 전이되는 데 약 1분 15초, 그 옆 전기차까지 번지는 데는 총 2분이 걸렸다. 연구원은 “전기차의 배터리 특성 및 충전상태와 구조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연기관차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속도가 빠르다”고 분석했다.

불이 나면 끄기도 어렵다. 분말소화기는 배터리까지 침투하지 않아 냉각 효과가 거의 없다.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 덮개도 불을 끄지는 못한다. 소방연구원은 “내연기관차는 외부에서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 불이 꺼지지만, 전기차는 열폭주가 발생하면 내부에서 산소와 가연성 가스가 발생하므로 질식소화 덮개로는 진화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효율적인 ‘이동식 소화수조’는 설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의 ‘건물 지하 전기차 화재안전 진단 및 안전대책 연구’ 보고서를 보면, 연구진이 지난해 10∼11월 지하주차장 5곳의 전기차 충전구역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화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설비가 미비돼 있었다. 스프링클러는 모두 설치돼 있었지만 ‘준비작동식’이었다. 보고서는 “습식 스프링클러와 달리, 준비작동식은 배관 일부에만 가압수가 있어 작동률이 높지 않다”며 전기차 충전구역에는 배관 전체에 가압수가 들어가 있는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인천 아파트 전기차 화재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9월부터 시가 운영하는 전기차 급속충전기의 충전율을 80%로 제한할 예정이다. 자치구 단위에서도 관악구는 공동주택 환경친화적 자동차 전용주차구역 및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현황 파악에 나섰다. 동대문구는 사고 발생 시 신속 대응하기 위해 소방당국과의 공조체제도 재점검하고 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인천=지건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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