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문호남 기자 moonhn@munhwa.com

서울 도심에서 전통 활을 쏠 수 있는 곳이 있다. 조선시대 전통을 잇는 활터, 석호정이다. 남산의 북측 순환로에 위치해 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산책로에 자리하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쉬익~ 탕!’ 남산을 거닐던 중 활 소리와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에 이끌려 석호정을 찾았다. 그 시절, 조선시대 무인이 된 것처럼 활을 쏘는 곳에 멈춰 섰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 저 멀리 과녁이 보인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다. 과녁은 왼쪽부터 1관, 2관, 3관으로 나뉜다. 각 관에 7명이 서서 활을 쏜다. 과녁에 화살이 적중하면 각 관의 과녁 뒤에 불이 들어온다.

앞마당에는 습사무언(習射無言)이라는 글귀의 비석이 세워져 있다. 활을 쏠 때는 침묵을 지킨다는 뜻이다. ‘정심정기’ ‘인애덕행’ ‘성실겸손’ ‘자중절조’ ‘예의엄수’ ‘염직과감’ ‘습사무언’ ‘불원승자’ ‘막만타궁’ 등 궁도의 아홉 가지 계훈, 궁도구계훈(弓道九戒訓) 중 하나다.

국궁은 활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다른 사람에 대한 예절을 중시한다. 조선시대 무인들은 남산 자락에 올라 활을 쏘고 시를 지으며 자신을 단련했다고 한다. 활을 쏜다는 건 일종의 수련이었던 셈이다.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국궁은 석호정에서 누구나 예약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남산의 아름다운 경관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 촬영노트

파리올림픽에 나간 태극전사들의 금빛 낭보가 연일 들려온다. 많은 명장면 중 남자 양궁 김제덕 선수가 손등에 벌이 앉은 상황에서도 10점을 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과 담대함이 드러나는 장면에서 어쩌면 궁술 유전자는 전해 내려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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