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국' 인텔이 AI 시대 죽쑤는 이유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과거 챗 GPT를 제작한 오픈 AI의 지분을 취득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를 포기하면서 AI 시대에 뒤처졌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최근 인텔은 실적 부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상태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인텔이 2017년과 2018년 수개월에 걸쳐 오픈 AI와 현금 10억 달러에 오픈 AI 지분 15%를 매입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인텔이 오픈 AI를 위해 인공지능(AI) 칩과 데이터 센터 등을 원가로 제공할 경우 지분 15%를 추가로 인수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에 대해 "오픈 AI는 엔비디아 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텔의 투자에 관심을 보였다"면서도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식통은 당시 인텔 CEO였던 보브 스완이 생성형 AI가 가까운 미래에 출시돼도 오픈 AI에 대한 투자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최종적으로 투자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후 오픈 AI는 2019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뒤 MS로부터 총 130억 달러의 투자를 받고 2022년 11월 챗 GPT를 출시하며 AI 열풍을 주도했다.

이 사이 인텔은 핵심 사업인 PC 중앙처리장치(CPU)가 AMD에 추격으로 뒤쳐졌고, AI 칩의 기본이 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에 뒤지면서 한때 반도체 제국으로서의 위상이 떨어졌다. 로이터 통신은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1990년대와 2000년대 PC 칩의 선두주자였던 인텔이 AI 시대에 뒤처지게 된 전략적 실패의 하나"라며 "(투자를 했더라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인텔은 최근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을 위해 우선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이상을 감원하고 4분기에는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고 연간 자본 지출도 2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임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