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女태권도 김유진 ‘깜짝 金’
천신만고 끝 파리 본선행 막차
긴다리로 상대 안면 잇단 강타
“세계 랭킹? 숫자에 불과하죠
매일 지옥길 가는것처럼 훈련
삼겹살·된장찌개·맥주 먹을것”
파리=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세계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죠.”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 무대. 그중에서도 단 16명만 초청받은 태권도 경기에서 세계 랭킹 24위인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깜짝 반란’을 일으켰다. 9일 오전(한국시간)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유진의 겨루기 세계 랭킹은 24위였다. 이날 여자 57㎏급에 출전한 16명 중 12번째로 낮은 순위. 김유진은 낮은 세계 랭킹 탓에 대륙별 선발전까지 치르는 등 천신만고 끝에 파리올림픽 본선행 막차를 탔다.
그러나 김유진은 16강에서 랭킹 5위 하티제 일귄(튀르키예·2-0)을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8강에서 4위 스카일러 박(캐나다·2-0), 4강에선 이 체급 최강자이자 랭킹 1위 뤄쭝스(중국·2-1)를 꺾었다. 이어진 결승에선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2-0)를 완파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계 랭킹 1위, 2위, 4위, 5위를 모두 격파한 김유진은 9개의 라운드를 치렀고, 이 중 패배는 단 1번밖에 되지 않았다.
김유진은 시상식을 마친 뒤 “세계 랭킹이 높다고 막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다”면서 “랭킹은 아예 신경도 안 썼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랭킹은 숫자에 불과하다”고 활짝 웃었다.
김유진은 키(183㎝)가 매우 큰 편으로, 장신을 이용한 발차기가 일품이다. 특히 긴 다리의 앞발을 활용한 상단 공격은 최대 장점. 그런데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발차기를 더욱 갈고닦았다. 특히 뒷발인 왼발을 짧은 거리에서 상대 안면으로 밀어 넣어 득점하는 ‘비장의 무기’ 연마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키가 큰 선수들은 주로 사용하는 앞발(김유진의 경우 오른발)만 쓰기에 반대쪽 발은 약점이 생기기 마련. 김유진은 오른 발차기를 100번 했다고 하면 왼 발차기는 300번을 했다. 이렇게 갈고닦은 ‘비장의 무기’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상대 선수들의 안면을 연달아 강타했다. 김유빈은 “삼겹살에 된장찌개를 먹고 맥주를 마시고 싶다. 올림픽을 위해 (체중을) 조절하느라 먹고 싶은 걸 계속 못 먹었다. 오늘은 무조건 다 먹겠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김유진은 근성과 지구력에 관한 한 당할 사람이 없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진천선수촌에서 김유진의 별명은 ‘독종’. 하루에 소화하기 벅찬 훈련량을 빠지지 않고 채우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손효봉 여자대표팀 코치는 “단 하루도 안 쉴 정도로 진짜 독하다. 감독과 코치가 ‘그만해도 된다’고 말해도 나와서 훈련한다. 유럽 전지훈련을 마치고 오후에 도착했지만, 바로 나와 연습할 정도다. 선수가 저러니 코치들도 나가야 한다. 내가 10㎏이나 빠졌다”고 껄껄 웃었다.
김유진은 “매일 훈련장을 갈 때마다 지옥 길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훈련량이 많았다. 모든 선수가 그랬겠지만, 나는 정말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혹독하게 했다”면서 “여태껏 해 왔던 과정을 돌아보면서 ‘이까짓 것 못 하겠냐’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을 떠올리면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로 행복했다. 준비를 너무 힘들게 해서 자신감이 있었고, 즐기자는 마인드로 뛰었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