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복식학급 5년새 25%↑
지방아닌 수도권서도 증가세
학생 점점 줄어 폐교도 빈번
“학교넘어 지역문제로 다뤄야”


인천=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전국종합

인천 옹진군의 덕적초등학교에 최근 2학년 학생이 전입했다. 인구감소지역인 섬마을에 초등학생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이곳 학교로 전입한 학생은 2학년 교실이 없어 3학년 학생 3명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인천시교육청은 덕적초교가 요청한 ‘복식학급’ 운영을 승인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시 교육청은 복식학급 증가를 막기 위해 편성 기준을 2개 학년의 학생 수 10명에서 5명 이하로까지 낮췄는데 이마저도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교사 1명이 2개 학년 이상의 학생을 한 교실에서 가르치는 복식학급은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교육의 질 저하가 불가피해 각 시·도 교육청은 자체적으로 승인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저출생의 영향으로 학령인구가 줄면서 이런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행한 최근 5개년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전국에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초등학교는 2019년 328개에서 2023년 410개로 82개교(2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설 초등학교는 6087개교에서 6175개교로 88개교 늘었는데도 복식학급 운영학교는 오히려 더 증가한 셈이다.

더욱이 인구감소지역이 아닌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에서도 복식학급 운영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학교 수가 적은 비수도권과 지방 소도시보다 학습 여건이 나은 인근의 다른 학교로의 전학이 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초등학교 중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학교는 모두 80개교에 달했다. 이는 2019년 34개교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부산과 대전에서도 각각 14개, 7개 학교가 복식학급을 운영한다.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의 교육환경은 이보다 더 열악해 지난해 기준 경북도 84개교, 강원도 55개교, 전북도 45개교가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5년간 이들 복식학급을 운영하는 도서·벽지의 공립초등학교 9곳이 폐교하고 19개 분교가 문을 닫았다. 이와 더불어 예비초등생인 유치원생은 해마다 줄어 전국의 유치원 수는 2019년 8837곳에서 2023년 8441곳으로 396곳이나 줄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복식학급과 같은 파행적 교육환경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폐교’라는 극단적 상황마저 초래하고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김용남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복식학급 문제는 단순히 학교 차원의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학생 수가 줄어 교육환경이 열악해진다면 그 사회의 지속가능성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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