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수들 옷에도 몸에도 ‘한글’
獨 배구선수 팔에 ‘사랑·존중’
伊 체조선수 등엔 ‘자신을 사랑’
K-콘텐츠 글로벌 유행 따라
한글에 대한 관심도 함께 상승
예전보다 맞춤법도 정교해져
2024 파리올림픽이 폐막을 앞둔 가운데 또 하나의 국가대표라 할 수 있는 ‘한글’이 의외의 순간, 곳곳에서 포착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태극전사의 선전과 더불어 한국과 한글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상승한 결과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 체조 국가대표 엘리사 이오리오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여자 단체전 예선 경기를 치르던 중 등에 ‘당신 자신을 사랑하세요’(사진)라는 한글 문구를 새긴 모습이 영국 매체 스포츠키다 등에 포착돼 주목받았다. 평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으로 알려진 이오리오는 방탄소년단의 앨범명인 ‘러브 유어 셀프’(LOVE YOURSELF)를 한국어로 번역해 새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배구 국가대표 괴르기 그로저의 오른팔에는 태극 무늬와 함께 ‘가족, 사랑, 건강, 성공, 존중’이란 한글 문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2015∼2016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삼성화재에서 뛴 적이 있는 그는 한국에 대한 남다른 사랑으로 이 문신을 새기고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동·하계 올림픽에서 한글은 종종 눈에 띈다. 과거에는 맞춤법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았지만 점차 올바른 쓰임을 갖춘 한글 표현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0 도쿄올림픽 때는 스페인에 첫 메달을 안겨준 태권도 선수 아드리아나 세레소 이글레시아스가 도복 띠에 ‘기차 하드, 꿈 큰’이라는 한글 문구를 담았다. 이는 ‘열심히 훈련하고 큰 꿈을 꾸라’(Train hard, dream big)는 영어 표현을 자동번역기로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당시 주스페인 대한민국 대사관은 이글레시아스의 이름과 문구를 정확한 한글 표현으로 쓴 검은 띠와 함께 방탄소년단 앨범, 한국 화장품 등을 그에게 선물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뉴질랜드 스노보드 국가대표 사도스키 시노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당시 한글로 국가명 ‘뉴질랜드’를 유니폼에 새겨 국내외 네티즌의 관심을 받았다. 당시 뉴질랜드 선수단은 “한국에 왔으니 한국어로 우리나라를 알리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했고, 동메달을 딴 시노트는 이런 관심을 바탕으로 폐막식 최연소 기수로 나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K-콘텐츠의 세계적 유행과 더불어 세계 각국 대학에 한국 관련 학과가 생기는 등 한글이라는 언어에 대한 관심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지구촌 축제라 할 수 있는 올림픽에서 이처럼 정확한 한글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건 현재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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