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했습니다 - 박건주(32)·이정아(여·36) 부부
남편은 제(정아) 옆 부서 신입사원으로 처음 만났어요. 오며 가며 인사했는데, 말투나 인사성을 보면서 ‘참 예의 바른 친구’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변에서도 젊은 신입 사원과 잘 해보라고 했는데, 남편이 4살이나 어려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연하남과 연애할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예비군훈련을 가느라 군복을 입은 남편을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우연히 보게 됐어요. 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심쿵’ 했죠. 그때부터 호감이 싹텄나 봐요.
남편도 제게 호감이 있었다고 해요. 저에게만은 ‘누나’라고 부르기 싫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지며 가까워진 끝에 우리는 정식으로 연인이 됐습니다. 사귀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저를 집에 바래다주는 모습을 보며 ‘이 사람이라면 내가 평생을 함께해도 되겠구나’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결혼을 생각했고, 제가 먼저 프러포즈해 2022년 10월 식을 올리기로 했어요.
결혼 준비를 하던 중 제가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게 됐습니다. 결혼식 4개월 전이었죠. 추억들로 가득 채울 신혼집도 구했겠다, 둘 앞에는 꽃길만 펼쳐질 거라고 믿었어요. 알콩달콩 신혼부부로 살다가 토끼 같은 2세도 준비하고, 그렇게 매일 행복하게 살 줄만 알았습니다. 그랬기에 예상하지 못한 유방암 진단은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습니다. 훗날 자녀 계획을 위해 난자를 채취했고, 머리카락도 잘라야 했어요. 항암치료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을 미루고 싶진 않았어요. 팔에는 관을 꽂은 상태로 머리에 가발을 쓰고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병마와 싸우다 보니 체력이 떨어졌어요. 오심(토할 것 같은 불쾌한 느낌)으로 인해 멀쩡하게 밥을 먹다가도 구역질이 나고, 가만히 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코피가 흘렀어요. 하지만 한결같이 저를 지켜준 남편 덕분에 모든 과정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제가 남편을 지켜주면서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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