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민의 정치카페 - 한동훈의 여당 장악 얼마나
한동훈의 미숙한 리더십, 윤·한 갈등이 주원인… ‘김경수 복권 반대’에 용산 “정치 잘못 배웠다”
패트·정점식件 이어 채상병특검 등 갈등요인 줄줄이… 미시적 관리 벗어나 빅 픽처 제시해야

◇몇 가지 이유
친윤에서 친한으로의 계보 환승이 주춤해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①정치 입문 8개월밖에 되지 않은 한 대표의 메시지나 비전에 대한 신뢰 부족 ②5년 임기의 절반 이상을 남긴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갈등이 현실화할 경우 여권 전체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전당대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이런 우려가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첫째, 한동훈의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주장. 한 대표 자신도 당 대표 취임 후 당내의 여러 우려를 의식한 듯 이 문제와 관련해 진전된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둘째, ‘패스트 트랙’ 공소 취소 부탁 논란. 전대 후반 들어 나경원 의원과 벌인 이 논쟁 이후 당내 패트 사건으로 재판 중인 27명의 전·현직 의원이나 보좌진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보수 최대 위기는 한동훈의 ‘입 리스크’ 아니냐”라는 말이 나돌았다.
셋째, 정점식 정책위의장 사퇴 압박. 정 의원은 친윤이지만 계파색이 약하다. 검사 시절 윤석열과 끈끈한 인연을 나눈 사이라는 설은 친한 쪽이 과장한 조작 담론이다. 임명 두 달밖에 되지 않은 역량 있는 당직자를 쫓아내 당정 갈등을 불러올 필요가 있었느냐는 평가가 많다. 넷째, 미래지향적 화두 부재. 계파 환승을 주춤하게 만든 근본적인 이유일지 모른다. ‘금융투자소득세 토론회’ 같은 특정 이슈에 대한 감각적 대응이 눈에 띄긴 하지만, 대국관(大局觀) 즉 ‘빅 픽처’ 없는 ‘마이크로 매니징’의 한계를 보인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인재영입위원회를 상설화하겠다”고 했다. 당내에서는 뜬금없다는 말이 나돈다. 당장 선거도 없는데 인재 수혈을 언급한 이유는 뭘까. 영남 출신 A 의원은 “한마디로 대권 행보”라고 했다. 한 대표가 차기 대선(2027년 3월)에 나서려면 당헌상 내년 9월엔 대표에서 물러나야 하고, 따라서 미리부터 경선에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당협위원장을 대거 교체함으로써 ‘한동훈당’으로 만들려 한다는 해석이다.

◇첫 시험대
며칠 사이 당정 충돌 우려를 일으키게 한 사건이 터졌다. 윤 대통령의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방침에 한 대표가 반대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번 사건이 한동훈 대표 체제에서의 당정관계를 점칠 시금석이 될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대통령실과 한 대표 측에서 여러 주장이 오갔는데,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이렇다. ①한 대표는 김경수 복권과 관련,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가 완료된 8일 이전이든 이후든 반대 의사를 직접 대통령이나 용산 고위 관계자에게 밝혀온 바가 없다 ②한 대표의 뜻은 사면심사위 심사 완료 이후 측근들의 입을 통해 ‘전언’ 형식으로 흘러나왔다.
한 대표는 “보수 지지자들의 분노가 크다”는 이유로 김경수 복권에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여러 경로를 통해’ 대통령실에 김경수 복권의 부적절성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친윤 쪽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에 여당 대표가 반대하는 것 자체가 금도를 넘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친윤 B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절엔 김경수 사면에 찬성했다가 지금 복권엔 반대하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여당의 김태우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나갈 수 있게 사면·복권을 건의했던 인물이 김경수 복권엔 반대하는 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용산 쪽은 더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C 씨는 “대통령을 밟아서 반사이익을 챙기겠다는 건데, 인간적으로 틀려먹었다”고 했다. C 씨는 “대통령과 차별화하면 무조건 득점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정치를 잘못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의 다른 관계자 D 씨는 “한 대표가 제2의 유승민, 제2의 이준석이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결국 한 대표가 흘린 김경수 복권 반대론은 내용과 형식·과정 등 모든 측면에서 윤-한 충돌의 발화점으로 작용했지만, 이는 거꾸로 한동훈 체제 구축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형국이다.
◇너무나 느린
한동훈 대표가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는 것도, 여권 내 위상이 여전히 불안한 것도 결국은 미덥지 않은 지도력, 특히 윤-한 갈등의 우려로부터 나온다. 그 때문에 ‘정점식 정책위의장 교체’ 이후에도 친정체제 구축은 영 속도가 붙지 않는다.
당내 친한계로 꼽히는 현역 의원 숫자는 전체 108명 의원 가운데 10명대에 머문다. 며칠 전 단행한 당직 인선에서도 인물 부재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조직부총장에 부산 출신 정성국 의원이 임명된 것만 봐도 그렇다. 조직부총장은 2026년 지방선거 모든 지역의 출마자를 점검하고 하부단위의 알력을 조정해야 하는 까다로운 자리다. 베테랑 조직가가 가야 할 자리인데 자신이 영입한 교육계 출신 초선 의원을 앉힘으로써 인력난을 드러냈다.
온갖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교체한 신임 정책위의장에 추경호 원내대표와 같은 대구 출신이자 무색무취하다는 평가를 받는 4선 김상훈 의원을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4 대 5’의 불리한 최고위원회의 의사결정 구조를 ‘5 대 4’로 역전시키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인력 풀의 빈약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여당 인사들 가운데엔 당직을 준다는 데도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한다. 친한 핵심 인사 E 씨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첫째, 당정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굳이 당직을 맡아 ‘나 친한이요’라며 커밍아웃 할 필요가 없다는 분위기가 있고, 둘째, 대선에 뜻을 둔 한 대표가 임기 중 공천권을 행사할 주요 선거가 없다는 것이다. A 의원은 “야권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을 들이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겠지만, 당내에서는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 간의 충돌이 계속 일어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매니징
대통령을 꿈꾸는 집권여당 한동훈 대표는 빅 픽처를 보이는 대신 미시적 관리의 한계를 드러낸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마이크로 매니징’은 지도자의 재능을 돋보이게도 하지만 때론 부덕(不德)의 이미지를 만들기도 한다. 6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잡은 지 2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한동훈당’ 구축에 애를 먹는 근본적인 이유다.
전임기자, 행정학 박사
■ 용어 설명
‘사면’과 ‘복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임.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선(2017년) 드루킹 댓글 조작사건으로 실형을 살다 2022년 말 복권 없는 사면을 받았고, 이번 광복절 특사에서 복권됨.
‘마이크로 매니징’은 미시적 관리를 뜻하며, 일반적으론 관리자가 필요 이상으로 강한 간섭과 개입을 하는 부정적 의미로 쓰임. 한동훈의 당 운영을 마이크로 매니징 관점으로 보는 견해가 있음.
■ 세줄 요약
몇 가지 이유 : 친윤에서 친한으로의 계보 환승이 주춤한 상태. 첫째 정치 신인 한동훈 대표의 지도력에 대한 미덥지 않음이 있고, 둘째 대통령과 당 대표의 잦은 갈등은 여권에 득 될 것 없다는 판단으로 관망세를 유지하기 때문.
첫 시험대 : 대통령의 김경수 복권 방침에 한 대표가 반대한 것은 향후 당정관계를 점칠 시금석이 될 듯. 김경수 복권 반대론은 윤-한 충돌의 발화점으로 작용했지만, 거꾸로 한동훈 체제 구축을 더 어렵게 만드는 형국.
마이크로 매니징 : 대통령을 꿈꾸는 집권여당 한 대표는 빅 픽처를 보이는 대신 미시적 관리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 이것이 63%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당권을 잡은 후에도 ‘한동훈당’ 구축에 애를 먹는 근본적 이유.
주요뉴스
시리즈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