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화·드라마 속의 전두환들
“전두환이란 인물에 대한 기존 이미지가 너무 희화화됐다고 생각해요. 웃겨지는 순간 그 인물이 가진 사악함이 희석될 수 있거든요. 정말 진짜 인간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행복의 나라’ 추창민 감독)
전직 대통령 중 전두환만큼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에까지 자주 다뤄진 인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9년 10·26 사태에서 12·12 군사 쿠데타까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도 그중 하나다. 그렇지만 이 영화의 전두환은 그간 보였던 전두환과는 확연히 다르다.
‘행복의 나라’의 보안사령관 전상두는 악마 같은 한 개인이라기보단 엄혹했던 시대에 권력을 거머쥐고, 재판과 국정, 국민의 안전을 좌지우지했던 권력자의 전형에 가깝다. 전상두 역을 연기한 유재명은 지난 8일 인터뷰에서 “혼란스러운 나라를 안정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비뚤어진 욕망, 오만함에 빠진 독재정권 세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민머리로 대표되는 특유의 희화화된 이미지를 탈피했다. 이전 전두환 캐릭터에 비해 이마 라인이 과장되게 올라가 있지 않다. 유재명은 “실제 인물과 외적인 동질감을 주려고 애쓰지 않았다”며 “이전 작품 속 인물의 이미지를 참고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비주얼만 다른 게 아니다. 전상두는 강렬함보단 냉철함이 강조된다. 지난해 최대 흥행작 ‘서울의 봄’에서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이 쿠데타 주체로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면, 이번 영화의 전상두는 배후에서 재판을 조종한다. 감정 폭발 없이 수렴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서 더욱 두려운 존재로 느껴진다. 추창민 감독은 “한 인물을 일방적으로 그려내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며 “복합적인 면모가 내재돼야 좀 더 진짜처럼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에선 전두환이란 실명 그대로 등장한 경우가 많았다. ‘제5공화국’에서 전두환을 연기한 이덕화는 해당 캐릭터의 전형을 정립했다고 평가받는다. 닮은 외모 탓에 과거 방송 출연이 정지되기도 했던 박용식은 ‘제4공화국’, ‘성공시대’ 등 무려 5편에서 전두환을 연기했다. 성우이자 배우인 장광 역시 ‘삼김시대’ 등 3번이나 전두환을 연기했다. 비교적 최근 드라마인 ‘빛과 그림자’에선 2022년 별세한 고 염동헌이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정 장군 역을 연기했다. 고인은 유작인 ‘서울의 봄’에선 신군부의 또 다른 장군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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