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왼쪽) 선수와 필자가 서로 껴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선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근하게 대해주는 대인배 풍모를 지녔다.
이봉주(왼쪽) 선수와 필자가 서로 껴안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 선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친근하게 대해주는 대인배 풍모를 지녔다.


■ 응원합니다 - 마라토너들의 우상 이봉주 선수 <상>

제법 큰 마라톤대회를 하면 단상에는 많은 초대 손님들이 올라온다. 정치인들은 물론 각 단체의 장들이 와서 한마디씩 하곤 한다. 달림이들에게는 가장 필요 없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회자가 “이봉주 선수가 왔다”고 소개하면 예외다. 언제나 겸손하고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으로서 ‘국민 마라토너’란 이름까지 따라다닌다. 이 선수가 한마디 하면 모두 숨죽이고 귀담아듣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처음부터 치고 나가면서 달리면 안 됩니다”라고 따끔한 일침을 준다. 어차피 힘들 텐데 처음 힘차게 달릴 수 있을 때 좀 빨리 달려 놓으면, 나중에 힘이 빠졌을 때 천천히 뛰어도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뛰지 말라고 한마디 던진다. 그것도 국민 마라토너인 이봉주 선수가!

우리 달림이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이 선수가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인 황영조 선수도 마찬가지다. 특히 두 사람의 각별하고도 아름다운 우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선수는 1996년 제26회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은메달을 딸 때의 안타까운 마지막 역주는 국민 모두 숨죽이며 손에 땀을 움켜쥐게 했던 순간이다. 이 선수에게 태극마크는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 입상한 것이어서 너무 기뻤지만, 3초 차이로 금메달을 놓친 게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넉 달 뒤 일본 후쿠오카 마라톤대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과네를 막판에 제치고 우승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했던 게 잊을 수 없는 명승부였지요.”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그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으면 아마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그리고 내가 마라톤 완주를 많이 한 줄 아는데 지금까지 41번밖에 안 했어요.” 하지만 ‘우리 풀뿌리 달림이들에게는 분명히 영웅!’이라며 엄지를 치켜올리자, 그는 “영웅은 무슨, 나 자신과 싸우는 거죠”라고 한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 2001년 제105회 보스턴 마라톤 우승,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마라톤 금메달로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자긍심을 듬뿍 심어준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우연히 국민 마라토너 이 선수와 함께 해외 마라톤대회에 참석했던 적이 있다. 마라톤대회를 주관하는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이 선수가 해외 마라톤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초청받아 함께하는 대회였다. 국내 마라톤 대회장에서는 가끔 이 선수와 셀프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지만 직접 대화를 나누면서 가깝게 지낸 시간은 처음인 셈이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접근이 쉽지 않은데 이 선수는 확실히 달랐다. 언제든지 사진도 함께 찍고 서로 거리낌 없이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숙하게 대해 준다.

정희순(이랜드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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