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폭염을 피해 카페에 들어서면, 만원인 가운데 어떤 테이블에서는 모녀가 함께 학습지 풀이도 하고 있다. 집집마다 냉방을 하는 것보다는 이런 피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모여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효율적이다. 이렇듯 밀집된 공동체는 모든 면에서 효과의 최대치를 추구한다. 물론 이러한 도시에도 어두운 구석은 있게 마련이다.
화가 이창훈은 도시의 부정적인 면을 주목한다. 데이비드 리스먼이 지적한 타인 의존성과 고립이라는 사회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고급의 집과 차, 옷, 외모에 과할 정도로 집착하는 현상도 도시에 살기 때문이 아닌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심지어 약함을 감춰야 하는 절박함이 자화상을 기괴하게 만든다.
화면 속 인물을 둘러싼 분위기가 어딘지 모르게 음습하고 오싹거린다. 화면 속 소품 이미지들이 대체로 인물이 추구하는 교양과 취미를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균형과 산만한 부조화에서 내면의 불안정과 허영심이 드러난다. 왜 그렇게 겉과 속을 달리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