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은 우리 젊은이들이 지난 4년간 닦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감동의 드라마였다. 특히 활과 총, 칼이라는 인류의 운명적 총아를 기반으로 한 양궁과 사격, 펜싱에서의 성과는 우리 민족의 위대한 DNA를 각인시켰다. 섬세한 기술과 유연성, 꺾이지 않는 기백이 돋보였다.
쌀은 이 같은 우리 민족의 유용성을 이어주는 전통문화의 정수다. 벼를 심어 쌀을 내고 밥을 짓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자연, 역사와 사회를 구성하는 매개체로의 능력을 여실히 입증해왔다. 쌀은 밀, 보리와 함께 세계 3대 곡물로 세계 인구의 33%가 주식으로 삼고 있다. 지구에 존재하는 에너지원 중에서도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쌀이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찬밥 신세다. 농업인의 주 소득원이기도 한 쌀이 남아도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쌀이 많이 남으면 재고 보관비만 연간 수천억 원이 들어 애물단지와 다름없다. 쌀의 비애는 가을 수매 철에 시작돼 쌀금(쌀을 사고파는 값)이 내려가는 시점에서 절정을 이룬다. 식량 안보의 최후 보루에 있는 쌀이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쌀의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지 않는 점이 문제의 핵심이다. 쌀 생산량은 줄지 않는데 대체식량인 육류와 밀, 기타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쌀 소비를 막고 있다. 우리가 쌀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문화의 보고가 농촌이기 때문이다. 생명산업인 농업 발전 없는 선진국이 없듯 식량의 숭고함은 인간다운 일상을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최근 80㎏ 쌀 한 가마가 2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적어지는 단경기 철임에도 이러하다. 이달 들어 햅쌀이 나오기 시작하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이다. 정부에서 쌀값 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도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할 유일한 길은 소비뿐이다. 이에 농협은 범국민 쌀 소비촉진 운동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다양한 쌀 가공식품 생산과 대대적인 쌀 할인행사, 아침밥 먹기 운동 등을 펼쳤다. 모두 쌀 소비를 통한 농업인의 소득증대, 우리 문화를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이 있어서다. ‘쌀심’으로 살아온 우리 농업과 농업인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대국민 호소가 부디 결실을 봤으면 좋겠다. 소설가 김훈은 신작 수필집 ‘허송생활’에서 우리네 삶 속에 밥(米)이 가진 의미를 적시하며 쌀의 가치에 대한 장엄함을 풀어냈다.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 이어온 쌀 소비에 전 국민 동참을 바라면서, 긴긴 더위가 정성 어린 아침 쌀밥의 풍미로 비껴가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