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안 인터뷰 - 우병렬 이민정책연구원장
이민자, 인구위기 대안 떠올라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
사회적 공론화 기여할거라 봐
인력부족한 직종과 지역 등에
외국인 적재적소 배치해 활용
적응 지원하는 것도 핵심과제
日, 경쟁자이자 벤치마킹 대상
국가 어젠다 우선순위로 부상
컨트롤타워 이민청 설립 필요
“우리가 문을 연다고 필요로 하는 이민자들이 쏟아져 들어올 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이제는 이민자를 놓고 각국과 경쟁하는 시대예요.”
법무부 산하 이민정책연구원의 우병렬(57) 원장은 지난 9일 서울 양천구 이민정책연구원 본원에서 열린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 원장은 이민정책을 통해 가장 시급히 풀어내야 할 사회문제에 대해 첫째로는 “적시에 훌륭한 이민자를 데려오는 것”, 둘째로는 “이민자들을 우리 사회에 통합시키는 것”을 꼽았다.
우 원장이 이같이 진단하는 이유는 연구원이 설립된 2009년 이후 15년간 이민과 관련한 국내 환경이 크게 바뀐 점과도 연관이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총인구수 대비 2.8% 수준이던 이민자 수는 올해 6월 기준 총인구의 5.1%에 달하는 261만 명으로 급증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결혼이민자가 주를 이루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유학생, 재외동포, 영주권자들도 증가해 이민자 구성도 다양해졌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변화하는 국내 인구환경… 이민정책이 돌파구 = 유입 인구가 다양해짐과 동시에 국내 저출산·고령화 상황도 심화하고 있다. 이민정책이 국가 인구정책의 핵심으로 떠오른 배경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높은 데드 크로스가 나타났고, 같은 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50%가 소멸 위험지역에 속하게 됐다. 우 원장은 “인구 위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이민이 고려되고 있다”며 “이민정책이 국가 어젠다에서 점차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우 원장은 그러면서 “환경의 변화와 달리 이민자를 바라보는 국민의 수용성과 이민자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이민자를 값싼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거나, 문화적 차이로 이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사회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이민자들이 여러 국가 중 살기 좋은 곳을 택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하며 “외국에서 한국을 더 찾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민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우 원장은 이에 대해 “서울시가 먼저 시범적으로 사업에 나선 것에 환영한다”며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 원장은 어린이뿐 아니라 노인에 대한 돌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준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사관리사, 가사사용인과 관련한 쟁점들은 최저임금 적용 문제, 도입 및 계약관계 등 법적, 정치적 쟁점이 대다수인 점을 고려하면 연구 차원에서는 논쟁사항에 대해 언급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으나, 우리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돌봄노동 수요 공급 전망과 예측, 그에 대한 대책을 연구해서 내놓자 한다”고 전했다. 내년까지 해당 연구를 진행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원장은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둘러싼 임금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된 국가여서 내·외국인 임금 차별을 할 수 없게 돼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대신 업종별로 차등할 수 있기 때문에, 돌봄 노동의 경우 좀 차등 적용을 한다든가 하는 부분에 대해 장기적으로 연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법무부와 협력해 국내 장기체류하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정도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고 데이터에 기반해 관련 정책을 컨설팅하는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다. 우 원장은 “올해 돌봄 영역에서의 외국인 수요와 도입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정책 현안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입’에서 ‘적응’까지… 이민정책 ‘두 마리 토끼’ 잡기 나서 = 우 원장은 이민정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풀어야 할 양대 과제를 꼽았다. 우선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이민자를 적시에 데리고 오는 과제가 있다. 우 원장은 “인력이 부족한 직종·산업 분야, 수요가 높은 신기술 분야, 인구가 없어 인프라가 무너지는 일부 지역 등을 중심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이민자 역시 거주 및 취업 의향이 있다면 이들을 유치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이민정책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 사회에 이들이 잘 적응하게 하는 것을 두 번째 과제로 꼽았다. 그는 “과거부터 우리는 단일민족이라는 신화에 사로잡혀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그런 점에서 이민을 받아들이는 데 문제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민자들이 복지 재정에 손실을 끼친다는 속설과 달리 내국인에 비해 재정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결과가 있고, 범죄율도 내국인에 비해 높지 않지만 언론에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되다 보니 외국인 문제가 더 심각하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런 편견을 해소할 방법으로 “막연히 외국인이 들어오면 문제가 있다 이렇게만 하지 말고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실제로 어떤 문제가 생기고, 어떻게 수치화해서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증거에 의한 정책(Evidence Based Policy Making)’을 중심으로 연구 성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민으로 ‘경쟁’하는 시대… 일본, 이민정책 경쟁자이자 배울 대상 = 우 원장은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은 다른 나라와 달리 매우 독특한 위치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자들을 받는 국가 대부분이 제국주의 시대 열강 국가들인 반면 우리나라는 그 반대에 해당한다. 이민정책을 벤치마킹할 만한 국가가 마땅하지 않다. 오히려 우리나라 이민정책을 배우고자 하는 국가가 더 많은 실정이다. 그 가운데 우 원장은 이웃 나라인 일본을 이민자를 놓고 경쟁하는 상대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은 그동안 이민에 대해 거부감이 큰 나라였는데 인구 구조 위기를 겪으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다. 특히 고령화가 우리보다 빠르게 진행돼 돌봄노동자를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많이 데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이민청에 해당하는 기관도 먼저 만들어 본받아야 할 국가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민자를 놓고 경쟁하는 나라”라고 전했다. 우 원장은 또 “이민자에게 문을 열면 우리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쏟아져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데, 착각이다. 이민자 입장에서 어느 나라에 가는 게 자신에게 더 행복할지를 놓고 결정하게 된다”고도 지적했다.
한편 법무부가 추진 중인 이민정책 컨트롤타워인 ‘이민청’ 설립과 관련해 우 원장은 “그동안 외국인 이민정책이 부처별로 파편화돼 있어서 각자 자기 소관의 일만 하면 되던 시기에는 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지금은 이민자 수도 늘어났고 이민정책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에 전체적,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해서 이민청 설립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가 전략적으로 이민정책을 유기적으로 소화하려면 이민청이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선형·이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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