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용 전국부장

최근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전기차의 장밋빛 미래만 강조해온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화들짝 놀라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주요 빌딩에선 전기차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막기 시작했다. 다수 아파트에서는 전기차 주차 문제로 주민들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급속도로 공포감이 번지는 사례는 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2022년 개정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아파트의 경우 주차 면수의 2∼5% 이상 전기차 충전기를 갖춰야 한다. 이를 어기면 매년 최대 30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서울시도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 이후에도 하반기 전기차 5884대에 대해 구매보조금을 지급하겠다며 보조금 신청을 받기 시작한 상황에서 친환경이라는 선한 마음으로 고가의 전기차를 택했던 사람들만 갈 곳 없게 된 셈이다.

우리나라는 인구 대비 국토 면적이 작아 주차 공간도 협소하고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기자가 사는 30년 된 아파트 단지만 해도 지하는 물론, 지상까지 이중주차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방차가 진입하기도 어려운 대도시 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폭발하는 사고가 난다고 상상하면 정신이 바짝 들 수밖에 없다. 전기차 포비아는 ‘안전 우선’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점에서 나름 긍정적이다. 우리는 생산성이나 사업 속도를 위해 종종 안전을 간과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기차 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친환경 바람 속에 안전에 대해선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전기차 공급 증가, 전기차 충전기와 주차 공간 설치 확대를 위한 속도전을 정부와 지자체, 각 기업이 경쟁적으로 벌여 왔다.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도를 넘어섰다. 자동차와 배터리 강국인 한국으로선 공포심만 키우는 논쟁 자체가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 화재를 일으킨 벤츠 전기차에 들어간 배터리는 세계 10위권의 중국 기업 제품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국산 고품질 배터리가 들어간 전기차까지 모두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제 정부가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다. 그 답은 투명화에 있다. 첫째, 식품 원산지 표시제처럼 전기차별 배터리 제조사도 공개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도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현대차·기아가 자발적으로 공개했듯 미국, 독일 등 해외 메이커들도 공개하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다. 둘째, 배터리 화재의 위험성을 제대로 파악해서 검증해야 한다. 어떤 배터리가 화재 위험성이 큰지, 내연차와 비교해 그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화재 발생 시 대비책을 아파트별·건물별로 조속히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 전기차 포비아가 민민(民民)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전기차 시대는 우리가 두려워한다고, 피한다고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공포심을 막아 현명하게 미래를 그려 나가는 지혜가 지금 절실해 보인다.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전국부장
김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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