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논설위원

한반도를 동서로 가르는 비무장지대(DMZ)는 임진강 하구에서 강원도 고성군 명호리까지 248㎞에 달하며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 2㎞에 걸쳐 형성돼 있다. 서쪽 DMZ의 시작점인 임진강 하구에서 인천 강화군 볼음도까지 67㎞는 한강 하구 중립 수역으로 불린다. 문제는 이 수역에서 남북 간 거리는 2∼3㎞에 불과해 육상의 DMZ처럼 해상 비무장수역을 설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1953년 정전협정 때 이곳이 중립 수역으로 선포된 이유로, 편의상 ‘비무장 물길’로 불려왔다.

정전협정은 한강 하구 중립 수역에서의 남북 선박 자유항행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도 부가합의서에서는 민감수역으로 분류했다. 이 때문에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허가가 없으면 민간 선박 통행이 어렵다.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이 금단(禁斷)의 바다로 불린 이유이기도 한데, 여기에 위치한 대표적인 섬이 강화도와 교동도다. 강화도에서 황해도 개풍은 2.3㎞, 교동도에서 연백은 2.6㎞ 거리다. 교동도에서는 해주 염전 단지가 보인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강화도는 남파 간첩이나 과거 주사파 운동권 인사들의 월북 루트로 애용됐다. 1991년 민족민주혁명당 사건 연루자인 주사파 조유식 씨는 반성문에서 ‘무월광의 밤 강화도에서 반잠수정을 타고 해주로 갔다’고 썼다. 당시 북측 공작원이 숨겨놓은 민혁당 지원용 공작금과 장비도 강화군 내가면 일대에서 발견됐다.

교동도의 경우, 오래전부터 북한 주민의 탈북 루트로 이용됐다. 지난 2012년 9월 20대 남성이 통나무에 의지해 건너온 뒤 2013년 8월엔 40대 남성, 이듬해 여름엔 50대와 20대 부자가 함께 헤엄쳐 건너왔다. 그런데 지난 8일엔 북한 남성이 썰물 때 한강 하구 중립 수역을 걸어서 교동도로 왔다고 한다. 기후변화 탓일까, 썰물 때 교동도 앞바다는 이제 걸을 수 있는 지역이 됐다는 뜻이다. 그의 탈북 경로가 알려지면 이 루트를 따라 북한을 벗어나려는 사람이 많아질 수 있다. 교동도 앞 중립 수역은 걸어서 탈북할 수 있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주민 탈출을 막기 위해 DMZ 북측에 장벽을 쌓고 있지만, 해상 저지 방법은 마땅치 않다. 동서독 분단시대 베를린의 ‘체크 포인트 찰리’처럼 교동도가 자유세계로 나오는 관문 역할을 할 날이 머지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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