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도 달성하지 못한 위업 이뤄 1위 달리던 정봉주 낙마시켜 李 장악력 커졌지만 위기 상존
이회창의 패배와 닮은 점 많아 10월 두 사건 판결이 1차 관문 수권정당 면모 보여주지 못해
야당 역사상 초유인 85%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이재명 2기’ 체제가 출범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5주년인 18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이자 아버지인 DJ도 이루지 못한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 지난 2022년 3·9 대선 패배 이후 5개월 만인 8·28 전당대회에서 얻은 77.7%보다 더 늘었다.‘DJ·노무현·문재인의 민주당’에서 명실상부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된 것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도 이 대표의 김민석 후보 지지 한마디에 아예 6위로 낙선할 정도로 그의 발언이 당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최고위원 5명 전원이 친명으로 채워졌다. 민주당 역사상 이렇게 강한 영향력과 장악력을 가진 대표는 총재 시절에도 없었다.
1기 체제일 때는 그래도 반명·비명 의원이 꽤 있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법원의 영장기각 이후 반명·비명 세력 토벌 작전에 들어갔고, 총선 공천 단계에서 전해철·박광온·박용진·윤영찬 등에 대한 ‘비명횡사’로 대부분 장외로 쫓아내 버렸다. 운이 좋게도 공천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의정 담화 등 잇따른 실책과 조국 대표의 등판으로 범야권 192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면서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이제 2기 체제에서 대선으로 가는 걸림돌은 모두 제거된 셈이다. 그 누구도 이 대표의 권위와 위상에 도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이재명 2기도 시작과 함께 불안 요소가 널려 있다. 첫째, 경쟁 없는 대세론의 함정이다. 이 대표를 보면 과거 이회창 총재가 연상된다는 전문가가 많다. 1997년(15대), 2002년(16대)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이 총재에게서 이 대표의 미래가 보인다는 견해다. 이 총재도 당시 ‘여의도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경쟁 상대가 없이 압도적이었다. 대선에서 석패(惜敗)한 것으로 따지면 이 총재도 만만치 않다. 15대 대선에서 이 총재는 김대중 후보에게 불과 1.53%P, 39만 표 차이로 떨어졌다. 20대 대선(2022년)에서 0.73%P(24만7000표) 차이로 분루를 삼킨 이 대표와 닮았다. 이 총재도 대선 패배 불과 4개월 만에 명예총재로 복귀하고,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다시 총재가 됐다. 이 대표와 닮았다. 이 총재도 세풍·총풍 같은 사법 리스크로 동생이 구속됐고, 이 대표는 부인이 법인카드 사용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야당 시절 거의 5년 내내 제왕적 총재로 군림했던 이 총재가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한 근본 이유는 상대 후보에 비해 경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도 비슷하다.
둘째, 사법 리스크를 넘을 수 있을지다. 진행 중인 4개 재판 중 2개 재판(선거법·위증교사)의 1심 선고가 오는 10월 내려질 전망이다. 선거법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 선고된다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고 당은 대선 때 지원받은 423억 원의 국고를 반납해야 한다. 물론 대법원까지 시간이 있지만, 대선 전 확정판결이 날 경우 이 대표와 당은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1심에서 유죄가 나온다면 거대한 댐에 생긴 작은 균열처럼 회의론 확산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친노·친문계가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중심으로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셋째, 수권(受權) 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지금 시간은 국민이 ‘이재명 민주당’에 나라를 맡겨도 될지를 심사하는 기간이나 마찬가지다. 윤 정권에 대한 실망이 민주당에 대한 기대로 바뀌어야 하는데 제22대 국회 시작 이후 국회에서 보여주는 민주당의 모습은 행패에 가깝다. 연일 탄핵·청문회·일방통과 등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만 보여주고 있다. 이런 모든 문제의 책임이 고스란히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 자신은 ‘먹사니즘’을 외치지만, 민주당이 국회에서 하는 행동은 ‘막사니즘’ 비아냥도 나온다. 이 대표 최대의 적은 법원 판결에 대한 ‘두려움’이다. 판사의 손에 자신의 정치적 미래가 모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차로 구속영장 기각이 정치생명을 연장시켜 주었지만, 행운의 여신이 두 번이나 기회를 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