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때마다 그 편리함에 감탄한다. 지도에 표시되는 운전자의 위치는 매우 정확하고 신호등의 빨간불이 파란불로 언제 바뀌는지까지 표시된다. 길이 갑자기 막히면 전후 사정을 몰라 답답한데 같은 구간에 멈춰 있는 운전자들끼리의 채팅도 가능해 앞에 사고가 난 건 아닌지, 왜 이렇게 막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바꿔 생각하면 나의 위치 정보, 다른 사람의 위치 정보가 모두 매우 정확히 파악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중국 당국이 ‘인터넷 신분증’ 도입을 예고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중국 공안부와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달 26일 ‘국가 네트워크 신분인증 공공서비스 관리규칙’ 초안을 발표했다. 일반 신분증 번호, 주민증과 비슷한 ‘인터넷 번호(網號)’와 ‘인터넷 신분증(網證)’을 국가가 일률적으로 발급하겠다는 것이다. 공안부는 규칙 초안 발표와 함께 인터넷 신분증을 시범 발급하는 전용 앱도 배포하기 시작했다. 앱을 통해 기존 신분증 번호와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한 뒤 안면 인식을 거치면 바로 인터넷 신분증이 발급되는데, 이것으로 인터넷 사이트와 각종 앱에서의 회원 가입 등 절차를 대신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이처럼 매번 사이트와 앱을 가입해야 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편의성’을 이 조치의 도입 근거로 들었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유출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견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편의성이 커지면 위험성도 함께 커지는 법.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중국에서는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거나 비판, 지적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면 바로 삭제 조치된다. 인터넷 신분증이 자리 잡은 후엔 이 신분증 하나만 무효화하면 모든 계정을 닫아버릴 수 있게 된다. 중국 당국에 비판적인 특정인의 인터넷에서의 모든 활동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것이다. 인터넷 사용 자체가 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이 돼버린다. 당장 학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라오둥옌(勞東燕) 칭화(淸華)대 법학원 교수는 지난달 29일 웨이보(微博)에 인터넷 신분증을 두고 “모든 사람에게 감시 추적기를 달아놓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고, 황위성(黃裕生) 칭화대 철학과 교수는 “한 나라가 자기 국민을 언제라도 추적하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바둑돌로 만들고자 시도한다면 그런 나라는 활력 있고 창조력을 가진 국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예상 가능하게도 두 사람의 글은 즉시 지워졌다. 황 교수의 계정은 아예 폐쇄됐다. 오는 25일까지가 의견 수렴 기간이지만 벌써 웨이신(微信), 타오바오(淘寶), 철도 예약 앱인 ‘12306’ 등 약 70곳이 동참하고 나섰다. 중국 당국의 입김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인터넷 신분증 도입에 대한 당국의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서구의 비평가들은 종종 중국의 억압적 분위기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댄다. 이 소설이 나온 지 70년도 더 됐지만, 중국 당국의 이번 조치는 다시 한 번 이 소설의 날카로운 통찰력을 방증한다. ‘빅브러더’의 망령이 ‘편의성’의 외피를 두르고 2024년 중국에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