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지난 19일 문화일보 본사에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의 안보·경제·사회 분야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이 지난 19일 문화일보 본사에서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의 안보·경제·사회 분야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 현안 인터뷰 -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

美, 또 방위비 5배 인상 요구 땐
韓서 ‘독자 핵무장’ 여론 커질듯

北, 미국 대선전 7차 핵실험보다
ICBM·SLBM 고도화 시험 예상

尹정부 對日접근법 상당히 과감
관계개선 필요하지만 속도 조절

韓·美·日 안보 협력 강화할수록
건설적 對中관계 적절 관리 필요



미국 대선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예측해 온 현지 언론들은 180도 입장을 바꿔 해리스 부통령 당선 가능성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미국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안보와 경제, 사회 전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우리 정부와 기업으로선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렵게 됐다. 마상윤 한국국제정치학회장은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정책을 뒤집긴 어려울 것”이라며 “11월 대선까지 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해리스 부통령 당선 등) 여러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 회장은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7차 핵실험보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을 시험해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했다. 현 정부 들어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화하는 데 대해 “그럴수록 중국의 건설적인 대북 영향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9일 문화일보 사옥에서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예측하는 미국 언론 보도가 늘고 있다.

“11월 대선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특정 후보의 당선을 예측하기 어렵다. 해리스 부통령이 치열한 민주당 경선 과정을 사실상 생략하고 추대되다시피 하면서 제대로 검증을 받지 못한 상태다. 앞으로 해리스 부통령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치열한 검증이 이뤄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정책도 바뀔 수 있나.

“미국이 재래식 병력을 동원해 동맹을 지켜주는 일은 점점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핵은 조금 특별하다. 전 세계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보유국들을 제외하곤 핵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미국도 ‘핵은 우리가 지원해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런 미국의 입장까지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국내 핵무장 여론이 커질 수 있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이 전쟁 발발 시 미국이 동맹을 지원한다는 약속을 믿지 못하게 될 수 있다. ‘트럼프를 못 믿겠다’는 얘기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계기로 국내 여론이 움직일 수도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처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종전 대비 5배 올리라고 요구하면 국내에서도 ‘그럴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핵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된다면 미국의 대(對) 한반도 정책은 어떤 양상을 띠게 될까.

“연속성이 훨씬 강할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에서 외교위원장을 오래 해 나름 국제 관계에 밝은 사람이다. 그에 비해 해리스 부통령은 국제 관계를 본격적으로 다뤄본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 지난 4년간 부통령을 하면서 쌓은 외교 분야의 중요한 경험은 바이든 대통령과 굉장히 긴밀히 얽혀있다. 그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4년간 지켜온 방향을 대체로 따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미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지 않나.

“중국과의 갈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문제 등 다른 시급한 문제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대북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대화를 그리 중시하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일단은 억제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썼고, 윤석열 정부에서도 군사 정책이 더 가시화됐다.”

―미국 대선 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본다. 북한은 이미 6차례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충분한 데이터를 구축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추가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은 상황이다. 중국이 핵실험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돈도 많이 든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유리하게 끌어가기 위해 무언가를 시도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과연 핵실험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것보다는 지금 북한으로선 잠수함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는 능력, 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등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런 기술은 북한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수출 산업도 영향을 받을까.

“미국은 공화·민주당 정권에 상관없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 중국과 무역전쟁을 해서 관세를 많이 올려놨는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도 그걸 그대로 놔뒀다. 이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면 중국에 대해 관세를 60%씩 매기겠다’고 하고 있다. 다만 관세를 높이면 당장은 이득을 보는 것 같아도 결국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관세를 마냥 높이기는 어렵고, 정치적 효과를 누린 후 관세를 다시 풀어주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우리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 미세한 조정을 위해 많이 뛰면 그만큼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 있다. 미국은 그래도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 접근 가능한 통로가 많고, 그 통로들이 항상 열려 있는 나라다. 우리가 이런 통로를 활용해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설득한다면 우리 이익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는데.

“러시아와 북한의 입장이 조금 다를 것이다. 러시아는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포탄 조달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언급한 ‘유라시아 안보구조 구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방중(訪中)하고 6월 평양을 방문한 뒤 곧바로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러시아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안보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에너지를 지원받는 것 같다. 북한으로선 포탄을 주고 그 대가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당당하게 지원받을 수 있다.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군사 기술을 최대한 많이 이전 받기를 바랄 것이다.”

―러시아가 중국 대신 북한의 새로운 ‘뒷배’가 된 것인가.

“‘뒷배’라는 표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뒷배를 믿지 않는다. 북한이 만약 중국을 뒷배라고 생각했다면 중국의 말을 잘 들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나라이기 때문에 계속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오갈 것이다.”

―일본 신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한·일 협력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한·일 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보여 온 만큼 우리로선 나쁘지 않은 파트너였다. 하지만 새로운 총리가 등장한다고 해도 기존 시스템 안에서 정책들이 연속성을 띨 것이다. 오히려 일본 내에선 ‘한국이 변수’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현 정부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 주요 현안들을 풀어왔는데, 정권이 바뀌면 모두 수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

―국내 반일 감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반일 감정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문제로 남아 있다. 정부의 접근법이 지나치게 과감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북한 위협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돼야 했지만, 그 속도는 조절할 수 있지 않았을까. 외교 정책을 만들기 위해선 국제 정치 상황 외에도 국내 파트, 즉 여론과 정치권, 학계, 언론 등이 굉장히 중요하다.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이기 때문에 그들을 살펴가면서 외교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미·일 안보 협력이 진전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더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중국과의 관계 설정 문제가 있다.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다 보면 중국과의 관계가 애매해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우리 안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우리가 중국의 역할을 끌어내기 위해 대중 관계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지면서 중국이 움직일 공간이 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

관련기사

김윤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