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논설고문

온 지구촌이 중국 과잉 생산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이 3대 신(新)산업으로 밀었던 태양광·2차전지·전기차다. 여기에 철강과 화학도 중국의 출혈 수출로 힘든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설치 수요는 766GW인데 중국의 모듈 생산능력은 1405GW나 된다. 지난해 중국은 954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으나 113만 대를 해외로 밀어냈다.

중국 부동산이 얼어붙으면서 철근 가격도 t당 3000위안으로, 3년 전 대비 반 토막 났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 생산의 54%를 차지하는데, 지난해 40조 원이 넘는 잉여 생산품을 헐값에 해외로 밀어냈다. 한국 포스코까지 감산할 정도고, 칠레 1위인 우아치파토 제철소는 아예 공장 문을 닫았다. 유럽과 인도는 반덤핑 관세를 크게 높였지만, 소용없다. 화학 기초 소재인 에틸렌도 피 말리는 치킨 게임 중이다. 중국은 2017년부터 정부 주도로 석유화학 내재화에 ‘몰빵’했다. 에틸렌 생산능력은 이미 한국의 4배인 5000만t에 이르고, 향후 3년간 1755만t을 또 증설한다. 중국의 ‘화학 굴기’와 무차별 출혈 수출에 밀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적자 늪에 빠졌다.

중국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투자하기보다 공산당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외국보다 3∼9배 많은 보조금을 쏟아부어 급속히 설비를 확장한다. 노동자를 우선하는 공산당은 해고도 금지한다. 이로 인해 구조조정보다 해외 경쟁 기업들이 죽을 때까지 버티고, 향후 독과점 이익을 노린다. 2009년과 2015년, 그렇게 두 번의 암흑기를 버텨내고 화려하게 성공했던 기억이 지금은 독(毒)이 되고 있다.

물론 반사이익을 누리는 업종도 있다. 한국전력은 유연탄 발전 비중이 32.5%로 높은데, 중국의 위축으로 국제 유연탄 가격이 t당 137달러로 급락해 발전 원가가 크게 떨어졌다. 2022년에는 t당 463달러까지 치솟아 한전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조선업종도 중국의 값싼 후판으로 배를 만들어 고수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의 산업정책은 끔찍하게 약탈적이다. 대중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불어닥친 후폭풍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한국무역협회는 21일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극한의 위기감을 담은 ‘중국 공급 과잉’ 보고서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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