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저녁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가운데 23일 오전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22일 저녁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화재가 발생해 투숙객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은 가운데 23일 오전 경찰과 소방서 관계자들이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사망자 성모·순천향대병원 이송
사고 소식 접한 유가족들 오열


“우리 딸이 남자친구랑 같이 죽어버렸어…어떻게 이럴 수 있니.”

23일 오전 10시쯤 경기 부천시 부천성모병원 장례식장에는 전날 발생한 ‘호텔 화재’ 사망자 7명 중 유일하게 빈소가 마련된 김모(29) 씨네 가족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김 씨의 어머니 양모(56) 씨에 따르면 당일 803호에 투숙했던 김 씨는 이날 정오쯤 조용히 외출하던 평소와 다르게 “아빠 나 갈게”라고 인사를 하며 남자친구를 보러 갔다고 한다. 김 씨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음악을 하는 남자친구와 2년째 교제하고 있었다. 처음 사귄 남자지만 “결혼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순수한 연애를 이어갔다고 한다. 즐거운 데이트가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앙이 된 건 한순간이었다. 김 씨는 화재가 난 지 3분 뒤인 오후 7시 42분쯤 “남자친구랑 같이 모텔에 있는데 불이 났다. 더 이상 통화를 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어머니에게 첫 번째 전화를 걸었다. “장례는 치르지 말아달라” “내 몫까지 잘 살아줘”라는 말도 전했다. 김 씨는 호텔 화장실에서 연기를 가득 마신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사망자 3명이 안치돼 있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장례식장은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않았지만, 20대 남성 사망자 가족인 중년 남성 A 씨가 절망 가득한 얼굴로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었다. A 씨는 한참을 숨죽여 울다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기를 반복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직 가족의 얼굴도 확인하지 못한 유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20∼50대 투숙객 등 7명이 숨졌다. 이 중 2명은 8층에서 1층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렸지만 사망했다. 부상자 12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상자 대부분은 발화지점으로 지목된 810호 객실 인근의 8∼9층 투숙객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린아·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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